“도박에 투자하면 4배 수익”… 어르신 노후자금 57억 원 가로채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경찰청, 총책·모집책 등 일당 구속
피해자 49명… 최고 피해액 10억 원

2022년 1월 피해자들을 불러 모아 파워볼 게임에 대해 설명하는 모집책 B(맨오른쪽) 씨. 부산경찰청 제공 2022년 1월 피해자들을 불러 모아 파워볼 게임에 대해 설명하는 모집책 B(맨오른쪽) 씨. 부산경찰청 제공

‘파워볼’ 도박 사이트 베팅에 투자하면 한 달에 최대 4배 수익을 돌려주겠다고 속여 고령자들의 노후자금 50억여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총책 40대 A 씨, 모집책 50대 B 씨와 70대 C 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60대 이상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투자금을 맡기면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서 월 100∼400% 수익을 주겠다고 속여 57억 원 상당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일당은 부산의 한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피해자들을 불러 모은 뒤 파워볼 등 외국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베팅해 수익을 내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범행을 위해 피의자들은 불법 도박 사이트 관계자와 직접 접촉해 발표될 당첨 공의 1회분 정보를 1000만 원을 주고 몇 차례 구입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당은 불법 사이버 도박에서 약속한 수준의 수익을 내지 못했고, 결국 나중에 투자한 이들로부터 받은 돈을 앞선 투자자들에게 주는 돌려 막기식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나갔다. 이들은 다른 투자자를 더 데려오면 투자액의 3~5%를 소개비로 주겠다며 범행을 확대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대부분 온라인에 대해 잘 모르는 고령자들로, 불법 도박임을 알지 못하고 돈을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피의자들은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내용만 알려줬을 뿐, 불법 도박이라는 사실은 피해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당에 속아 돈을 건넨 60대 이상 고령자는 모두 49명이며, 이중 한 60대 피해자는 최고 피해액인 10억 원을 투자금으로 건넸다고 경찰은 밝혔다.

A 씨 등은 그러나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생활비나 유흥비로 탕진하는 등 모두 써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경찰청 윤성환 형사기동대 4팀장은 “피의자들은 일정한 수입원이 없는 고령의 피해자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접근했다”며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투자 권유에 대해 의심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