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당헌에도 보장돼있는데…‘당론 불복’ 이유로 탈당 압박한 여 지도부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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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이어 김상훈도 ‘찬탄파’ 김상욱에 “탈당하는 게 좋지 않냐”
헌법·국회법·국힘 당헌상 ‘양심에 따른 투표 자유’ 정면 배치 논란
김상욱 거부 입장 속 당 지도부 상임위 사보임 요구 등 압박 지속
친윤 단일정당 강화 속 친한계는 한동훈 복귀 대비 움직임도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설 성수품 가격안정 및 소비진작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설 성수품 가격안정 및 소비진작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 8일 ‘쌍특검법’ 반대 당론에 불복한 김상욱(울산 남갑) 의원에 대해 탈당을 공개 권유한 데 대한 당 안팎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헌법과 국회법, 국민의힘 당헌에까지 보장된 ‘양심에 따른 투표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 의원은 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권성동 원내대표의 전날 탈당 요구에 대해 “헌법과 국회법, 당헌·당규에 국민의힘은 당론이 아니라 양심에 따라 표결하게 돼 있다”며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비록 소수지만, 남아서 당이 바른길로 가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탈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 의원을 찾아가 “탈당하는 게 맞지. 당에 도움이 안 되잖아”라며 “아무리 헌법기관이라지만 당을 같이 하면 당의 뜻을 따라야지”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이 답을 하지 않은 채 어색한 표정을 짖자 “웃을 일이 아니다”며 정색하면서 재차 탈당을 언급했다.

권 의원에 이어 김상훈 정책위의장 역시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의원에 대해 “당론으로 정한 내용에 대해 본인이 시종일관 계속 이탈을 해 왔던 바가 있기 때문에 그럴 것 같으면 굳이 국민의힘에서 정치 활동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탈당해서 본인이 원하는 대로 정치 활동을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당 지도부 차원에서 김 의원의 탈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헌법 46조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국회법 114조에도 ‘의원은 소속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민의힘 당헌 역시 ‘헌법과 양심에 따른 투표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다만 ‘당원은 결정된 당론과 당명에 따를 의무가 있다’, ‘당론과 반대되는 투표를 했을 경우 의총에서 소명을 들을 수 있다’는 조항도 함께 담겨 있다.

당론이 헌법과 국회법보다 중시될 수 있느냐는 문제는 정당사에서 오래 된 논쟁거리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2023년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파’ 색출 논란이 빚어졌을 당시, “파시즘”, “전체주의적 행태”라고 맹비난한 바 있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파장이 커지자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권 원내대표 개인의 의견이고 ‘탈당 권유’도 너무 나간 표현”이라며 “생각이 좀 다르더라도 당론을 좀 따라줬으면 좋겠다는 쪽에 방점이 있는 얘기”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김 의원이 의총이나 공개적인 공론회장에서 전혀 얘기하지 않는다”며 김 의원의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이에 김 의원은 “(의총에서)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고, 발언에 대해 비난을 함부로 하지 않는 분위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강성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한 ‘찬탄파’ 의원들을 ‘배신자’라고 대놓고 비난하는 상황에서 소신 발언이 가능하느냐는 우회적인 반박인 셈이다.

이와 관련, 당 원내지도부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에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로 상임위 사·보임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은 수사 분야에 전문성 있는 의원을 행안위에 배치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김 의원에 대한 고립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찬탄파 의원을 중심으로 당론 불응 행보가 이어질 경우, 당 윤리위원회를 통한 징계 가능성을 예상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처럼 당이 ‘친윤 단일대오’를 연일 강화하면서 중도층 이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찬탄파인 조경태 의원은 이날 권 원내대표의 탈당 압박에 대해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성토하면서 “국민들이 김 의원 행동과 권 원내대표 발언 중 어느 쪽 손을 들어줄 것인지 거리에 나가 한번 물어봤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서범수·정성국·김상욱·김예지·한지아 등 친한계(친한동훈) 의원 16명은 최근 텔레그램 대화방을 새로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대표의 1월 정치 재개설과 맞물리며 친한계가 다시 세력화에 나섰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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