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꿈을 이루며 살고 싶어요" [부산, 외국인 환대도시로]
김해 동광초등 35% 다문화 가정
학생 사이 이주민에 거리낌 없어
사전 교육으로 학교 이탈 막아야
“저는 화가도 되고 싶고 간호사도 되고 싶어요. 화가가 되고 싶은 건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고, 간호사가 되고 싶은 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아플 때 돌봐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다섯 남매의 장녀인 지영(11)이는 꿈 많은 소녀다. 부모님은 모두 베트남 출신이지만 지영이는 한국에서 태어났다. 덕분에 한국어도 베트남어도 잘해 부모님께 한국어를 알려드리기도 한다. 종종 가는 베트남이 좋기도 하지만 크면 한국에서 꿈을 이루고 살 생각이다.
지영이가 다니는 경남 김해동광초등학교는 2023년 도내 유일의 다문화 교육특구로 지정됐다. 전교생 451명 중 161명이 다문화 학생으로 35%를 차지한다. 우즈베키스탄과 베트남,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우크라이나, 일본 등 19개국 출신 부모를 둔 아이들이 모여 있다.
동광초 다문화 부장을 맡고 있는 강형도 교사는 “부모 국적과 상관 없이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또래 한국인 학생들과 같다”며 “한국어 능력이 학교생활 적응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성인과 달리 학생 간에는 이주민에 대한 거리낌이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 자라서 입국한 아이들은 한국어 교육을 별도로 받는다. 매일 2시간씩 최대 2년 동안 다문화 특별 학급에서 한국어를 배운다. 한국어 수업이 끝나면 자기 학급으로 돌아가 반 친구들과 함께 국어와 수학 등 통합 수업을 받는다.
지영이와 단짝인 채연이는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나고 자란 외동딸이다. 부모님은 교육기관과 유튜브 등을 통해 상대 국가의 언어를 배워 대화를 나눈다. 두 아이 모두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속한 가정 형태는 다르다. 정부 기준에 따르면 지영이는 외국인 가정, 채연이는 다문화 가정 자녀다.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가정에 대한 정부 지원은 차이가 있다. 속인주의를 따르는 한국에선 당연한 일이다.
김해시가족센터 관계자는 “정부 공적 지원은 그 대상이 국민이냐, 아니냐에 맞춰져 있다”며 “의료보험과 교육비 지원, 다문화 가정 방문 서비스 대상에서 외국인 주민은 제외된다. 아동 대상 지원은 점차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이경민 기자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