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3곳·전국 13곳… ‘방문의 해’ 중복 추진에 효과 의문
사천·산청·남해, 올해 동시 운영
지역 선정 후 국비 지원해 오다
최근에는 선정도 지원도 안 해
예산 낭비 막으려면 관리 필요
‘2025 사천 방문의 해’ 조형물. 사천시 제공
경남 사천시·산청군·남해군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들이 지역 홍보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해 ‘방문의 해’를 추진한다. 경남에서만 3곳, 전국적으로 13곳이 동시에 유사한 행사를 진행하면서 지역 관광 활성화라는 사업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올해 경남에서 ‘방문의 해’를 운영하는 곳은 사천시와 산청군, 남해군 등 3곳이다. 사천시에 따르면 올해 사천·삼천포 통합 30주년과 지난해 우주항공청 사천 개청을 기념해 올해 ‘사천 방문의 해’를 추진한다. 최근 BI를 개발했으며, 관광 캐릭터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3년 산청엑스포 성공 개최와 여행 만족도 2년 연속 최상위권이라는 성과를 낸 산청군은 관광객 재방문을 유도하고 관광 활성화를 위해 올해를 ‘산청 방문의 해’로 지정했다. 남해군은 2022년 ‘남해 방문의 해’에 이어 올해는 ‘남해 고향사랑 방문의 해’를 운영한다. 최근 지역 관광객 수가 줄고 지역 경제가 위축됨에 따라 다시 한 번 도입을 결정했다.
경남의 한 지자체 담당자는 “앞서 성공을 거둔 지자체가 많고, 특히 한국 방문의 해까지 치러지면서 올해 ‘방문의 해’를 준비했다”며 “하지만 경남도 그렇고, 전국적으로 이렇게 많은 지자체가 몰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지역 방문의 해’는 2000년대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든 지역 관광 활성화 사업이다. 처음에는 시도 단위로 신청을 받아 대상 지역을 선정한 후 국비를 지원했는데, 몇 년 전부터는 따로 지역 선정도, 국비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방문의 해’라는 이름만으로도 홍보·유인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자체 예산을 쓰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경남에서는 2022년 남해군, 2023년 밀양시·의령군(~2024년), 2024년 김해시 등이 지역 방문의 해를 선포하고 다양한 사업을 이어갔다. 그나마 연간 1~2곳이었지만, 올해는 사천시·산청군·남해군 등 3곳이 동시에 사업에 나선다. 전국적으로는 올해 경기 여주, 충남 태안, 전북 임실, 전남 장성·완도가 각자 방문의 해를 운영한다. 여기에 인천과 강원, 충남, 경북, 제주 등 광역지자체들도 각각 방문의 해를 선포하는 등 13곳이 각축을 벌인다.
지자체별로 방문의 해를 추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예산은 연계사업을 포함해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십억 원에 이른다. 관광객 유치도 중요하지만, 지역 이름을 전국 곳곳에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인데, 방문의 해를 선언한 지자체가 너무 많다 보니 홍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상대적으로 인력과 예산 규모가 큰 광역지자체도 나서고 있어 기초지자체로선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예산 낭비 방지와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정책적으로 ‘방문의 해’를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상국립대 이시원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방문의 해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지만, 비슷한 때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치러지는 축제처럼 이렇게 빈번하면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며 “사용하는 예산 대비 홍보나 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어야 하고, 주민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지 등등 여러 측면에서 짚어보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