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가' 트럼프 시대 개막, 위기 대응 잘해 기회로 만들자
북 핵보유국 인정·한미 FTA 재협상 우려
외교 역량 총동원해 미 황금시대 동반자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가 20일(현지시간) 워시턴DC에서 열린 취임식 후 축하 행사 중 춤을 추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퇴임한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위협을 지목했느냐는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뉴클리어 파워로 말한 것이다. 한미가 견지해 왔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포기하고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는 듯한 뉘앙스를 줄 수 있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트럼프는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기존 무역협정 재검토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위태롭다. 국내의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안보·경제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트럼프의 북한 핵보유국 발언은 한미 간에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에도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가 단순히 북한이 군사적으로 핵 능력을 보유했다고 평가한 것인지 핵보유국이라는 정치·외교적 함의를 인식하고 한 발언인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앞서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 지명자도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칭하는 등 트럼프 정부의 북한 비핵화 목표에 변화가 있다는 우려가 짙다.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고 미 본토에 대한 위협만 줄이는 ‘스몰 딜’에 나설 경우 우리로서는 낭패다. 북미 협상에서 패싱당하고 한반도 안보 위협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의 한반도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앞세운 보호무역 강화도 우리에겐 발등의 불이다. 트럼프는 취임과 함께 즉각적 신규 관세 조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역협상을 담당하는 USTR에 FTA 파트너 국가들에 대해 상호적이며 공통으로 유리한 양보를 얻거나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개정을 권고하라고 지시했다. 한국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았지만 한미 FTA도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 무역 적자 및 교역 상대국에 대한 불공정 무역 관행 조사를 지시해 관세 장벽을 점진적으로 구체화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미국과의 교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경제적 파장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이제 현실이 됐다. 오히려 1기 때보다 더 강력하고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을 예고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이기는 하지만 면밀하고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북미 협상이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과 군축 협상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공급망 체계를 통한 미국과의 파트너십 강화가 필요하다. 트럼프 신정부의 통상·무역 압박 우선 대상에서 당장은 한국이 비켜서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트럼프의 K조선 협력 발언 후 부울경의 조선, 방산, 중화학 기업들이 활력을 보이는 점도 긍정적이다. 우리가 미국 황금시대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국가적 역량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