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구치소서 '접견정치' 나서…與인사들 줄이어 면회
대통령실 참모들 이어 권영세·권성동 3일 접견
尹, 접견인사 '창구'삼아 지속적 메시지 발산할 듯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참모들을 비롯해 여당 인사들과 적극적으로 만나면서 본격적인 ‘접견 정치’에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체포·구속된 이후 보수 지지층이 서서히 결집하면서 탄핵 반대 여론이 커지자 이를 법적·정치적 방어막으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정진석 비서실장을 포함한 대통령실 참모들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실이 국정의 중심인 만큼 의기소침하지 말고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설 연휴 중 의료 체계는 잘 작동됐느냐, 나이 많이 잡수신 분들이 불편을 겪지는 않으셨느냐”면서 국정을 간접적으로 챙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잘 지내고 있다”면서 침통한 분위기의 참모진을 오히려 다독였다고 한다.
오전 10시부터 30여분간 진행된 접견에는 정 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김주현 민정수석, 강의구 부속실장 등이 참석했다. 정 비서실장은 이날 대통령실 직원들에게 전한 메시지에서 “윤 대통령은 ‘밖에 있을 때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변호사를 제외한 일반 접견은 대통령실 참모들이 처음이었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달 24일 윤 대통령의 일반인 접견 금지 조치를 해제했으나, 설 연휴 기간에는 일반 접견이 제한됐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여권 관계자 등 일반 접견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 대통령 일반 접견은 1일 1회만 가능해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도 3일 윤 대통령을 접견한다. 윤 대통령 수감 이후 당 지도부가 면회를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원내대표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내일 오전 11시 (윤 대통령)접견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권 비대위원장도 ‘대학 시절과 이후 검사 생활을 통해 개인적인 인연이 깊으니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해 공교롭게 같이 가게 된 것이지 지도부 차원에서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 현안이나 수사, 재판과 관련해 논의하러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인 차원에서 가는 것”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정치 이전에 인간 대 인간의 관계가 중요하다”며 “친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때 가서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말했다. 이날 면회에는 나경원 의원도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윤석열 정부의 전직 장관·참모진, 여당 의원들도 접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인사들이 잇따라 윤 대통령 접견에 나서고 있는 것은 보수 진영의 지지율 상승과도 맞닿아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수세에 몰렸던 여권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층 결집이 뚜렷해지자 윤 대통령과의 정치적 거리를 좁히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도 이같은 분위기를 활용해 앞으로도 접견 인사들을 창구 삼아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