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충격에도 서학개미는 '엔비디아'에 몰렸다
딥시크 공개 당일 AI 기술주 급락
관련주 폭락에 저가 매수세 유입
향후 여파는 전문가 분석 엇갈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고성능 AI 모델을 내놓으며 미국 증시가 휘청이자, 설 연휴 동안 국내 ‘서학개미’(미국 증시 투자자)들은 반도체 관련 ETF와 엔비디아를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지난달 27일(현지 시각)부터 29일까지 3거래일간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ETF’를 3억 7847만 달러(약 5500억 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동안 국내 투자자가 매수한 종목 중 가장 많은 액수다.
순매수 상위 1위를 차지한 이 상품은 ‘ICE 반도체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따르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다. ICE 반도체 지수에는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 등 미국 증시에 상장한 대형 반도체 종목 30개가 편입됐다.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엔비디아 주식을 3억 3274만 달러(약 4800억 원), 엔비디아 일일 수익률을 2배로 따르는 ‘그라나이트셰어즈 2X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종목명 NVDL)를 2억 8512만 달러(약 4100억 원) 사들였다. 엔비디아와 NVDL은 각각 순매수 2,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딥시크가 내놓은 AI 모델이 미국 빅테크 기업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주가 폭락하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딥시크는 지난달 27일 기존 LLM(거대언어모델) ‘딥시크 V3’을 개선한 AI 모델 ‘R1’을 선보였다. 저비용으로 오픈AI의 최신 AI 추론 모델인 ‘o1’과 유사한 성능을 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프로그램 개발에 쓰인 추정 비용은 557만 6000 달러(약 80억 원)다. 이는 미국 기업 메타의 ‘라마3’ 모델 훈련에 투입된 비용의 1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딥시크의 AI 모델이 공개된 당일 브로드컴은 17.40%, 엔비디아는 16.97% 하락했다. 브로드컴과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대형 AI 기술주가 줄줄이 급락하자 나스닥 지수와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도 각각 3.07%, 9.15% 하락 마감했다.
딥시크가 향후 미국 증시에 미칠 파장을 두고는 분석이 엇갈린다. 딥시크가 기존 미국 중심의 AI 시장을 뒤흔들 ‘메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과 단기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맞선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모델 출현은 더 많은 투자가 더 높은 경쟁력을 낸다는 기존의 AI 대전제에 의문을 제기하며 빅테크의 대규모 설비투자(CAPEX)와 관련된 AI 테마의 동력을 상실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딥시크발 쇼크가 단기 영향에 그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딥시크가 당장 AI 패권을 쟁취하고 엔비디아가 수익성 악화를 겪을 가능성은 낮다”며 이어 “AI 기술 스택에서 하부 구조, 반도체, 클라우드 컴퓨팅은 여전히 미국이 장악하고 있고 중국이 패권을 쥘 것이라는 해석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