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씹어 먹기 ‘오도독’] “당신의 시간은 구글에 돈이 된다”
넷플릭스 다큐 ‘소셜 딜레마’
SNS 알고리즘 악영향 다뤄
‘극우 콘텐츠’ 한국에도 영향
오늘날 누군가의 관심사를 파악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 사람의 유튜브 계정을 엿보는 것이다. 첫 화면에 등장하는 콘텐츠만 봐도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대략 알 수 있다. 소개팅 상대를 빨리 파악하고 싶다면 만나자마자 인스타그램 피드를 공유하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알고리즘은 자기소개와 명함보다 사람을 더 간결하게 드러내는 도구가 됐다.
오늘 소개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는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온라인 세상을 지배하면서 생긴 문제점을 다룬다. 2020년 미국의 제프 올롭스키 감독이 제작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구글, 유튜브 등에서 근무했던 개발자들의 인터뷰와 재연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다큐는 “구글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이 당신의 시간과 관심을 팔아 돈을 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예가 콘텐츠 사이에 끼워진 광고다. 당신이 멍하니 스마트폰을 보고 있을수록 그들의 지갑은 점점 두툼해진다. 때로는 사용자를 직접 ‘해킹’하기도 한다.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 행동을 유도하는 ‘그로스 해킹’ 기법이다. 카지노의 슬롯머신 레버를 당기듯 새로운 영상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 화면을 끌어 내리게 한다. 또 누군가가 사용자를 태그했다는 푸시 알람을 보내 접속을 유도한다. 이렇듯 SNS는 교묘하게 사용자를 중독시킨다.
작품에서는 흥미로운 사례가 등장한다. ‘기후변화’를 구글에 검색하면 지역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다. 어떤 지역에서는 ‘기후변화는 거짓’이라는 검색어가 먼저 나오고, 다른 지역에서는 ‘기후변화는 심각한 위기’라는 결과가 보인다. 구글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가 좋아할 만한 정보를 먼저 보여준다. 중요한 건 사용자의 시간을 뺏는 것이지 사실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게 아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음모론, 가짜뉴스는 더 쉽게 퍼진다. 진실은 지루하지만 거짓은 흥미롭다. 음모론은 사용자의 시간을 뺏기에 매우 유용한 도구다. SNS가 성장할수록 음모론자들의 마이크도 커지고,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은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며 생각을 굳혀간다. SNS는 정보화 사회를 허위 정보가 난무하는 시대로 만들었다. 마르코 루비오 미 상원의원은 작품 속에서 섬뜩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 나라 국민은 이제 서로 대화하지 않습니다. 이 나라 국민은 선거에서 뽑은 사람 때문에 친구와 절교한 사람들입니다. 이 나라 국민은 고립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옳다고 말하는 채널만 보면서 말이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문제들이 나타난다. 극단적인 정치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사실과 다른 주장이 퍼지거나, 일부 극우 세력이 법원을 공격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다른 한편에서는 어린아이들이 ‘좋아요’를 받기 위해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일도 벌어진다. SNS가 만든 문제지만, 플랫폼은 이를 방관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돈을 버는 데 집중할 뿐이다. 작품 속 전문가들은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먼저 나서서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SNS 디톡스’는 알림 설정을 끄고, 영상 추천과 검색 기록 저장을 중단하는 것이다. 이 작품을 보는 동안만이라도 스마트폰의 유혹에서 벗어나 보자. 1시간 30분 가량의 길지 않은 상영시간에도 유혹을 이겨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느낄 것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