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나오거나 새는 변, 훈련으로 개선…열에 일곱 '효과' 봤다
[항문 바이오피드백 치료의 진화]
서구식 식단·고령화로 배변장애 ↑
환자 스스로 복압·항문 압력 조절
근육 힘 강화하고 감각 기능 회복
삽입형 단점 보완 비삽입형 등장
옷 입은 상태로 근육 신호 감지
어린이나 노인도 안전하게 적용
건강한 배변은 삶의 질에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변비, 변실금 같은 다양한 배변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다. 상쾌한병원 최정석 병원장은 "항문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약물이나 수술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성변비와 변실금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혁신적인 치료법"이라며 "식생활의 서구화와 노인 인구 증가로 배변장애 환자가 늘면서 바이오피드백 치료 기기의 성능도 발전해 왔다"고 소개한다.
■배변근육 관찰하면서 조절
항문의 바이오피드백 치료란 배변에 관여하는 골반저근육과 항문괄약근의 생리적 근육 신호를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보거나 들을 수 있는 시각적 또는 청각적 신호로 변환해 환자가 자신의 배변근육을 직접 관찰하면서 조절하는 훈련으로, 변비와 변실금 등 치료에 활용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변비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3년 60만 9725명에서 2023년 70만 3813명으로 15.4% 늘었다. 2023년 기준으로 여성이 56.5%로 더 많고, 65세 이상이 47%로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변실금 환자도 같은 기간 6742명에서 1만 7475명으로 배 이상 늘어 증가 폭이 더 가파르다. 2023년 전체 환자 가운데 여성(66.8%)과 65세 이상(73.1%)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더 크다.
변비는 주로 기질성 변비와 기능성 변비로 나뉜다. 기질성 변비는 대장암이나 직장암, 당뇨 등 특정 질환이 원인이며, 질병을 치료하면 개선할 수 있다. 반면, 변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기능성 변비는 잘못된 식습관, 스트레스, 환경 변화 등으로 발생한다.
지속될 경우 이완성(서행형) 또는 직장형(배출장애형) 변비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직장형 변비는 전체 만성 변비의 절반 정도로, 항문 근육의 비정상적인 작용으로 변이 잘 배출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직장형 변비의 치료법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이오피드백 치료다.
최정석 병원장은 "바이오피드백 치료에서 환자는 압력을 측정하는 전기 센서를 항문과 복부에 부착한 후 모니터에 표시되는 복압과 항문 압력을 보면서 어떻게 힘을 써야 복압이 상승되고 항문이 열리는지 스스로 찾아내고 반복 훈련할 수 있다"며 "10회 정도 꾸준히 치료하면 70% 정도의 치료 효과로 배변 습관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실금은 변 조절이 어려워 속옷에 변이 묻는 증상이다. 항문괄약근 손상이나 항문에 분포하는 신경 기능 저하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후자는 수술 치료 효과가 크지 않아 바이오피드백 치료가 일차적 치료법으로 권장된다. 이 경우 저하된 항문괄약근의 힘을 강화하고 감각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편안함과 치료 효과 동시에
기존의 삽입형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환자의 항문 내로 센서(프로브)를 삽입한 뒤 배변근육의 수축과 이완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환자가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스스로 근육 조절법을 배우도록 돕는 방식이다.
치료 효과는 높았지만, 센서 삽입 과정에서 환자가 심리적 부담과 불편감을 느껴 치료를 주저하거나 중단하는 사례도 있었다. 항문에 상처를 입거나 감염될 위험과 항문이 작은 소아나 항문 힘이 너무 약해 센서가 자꾸 빠지는 노인의 경우 치료가 어려운 한계도 있었다.
비삽입형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이와 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했다. 환자의 항문 내로 센서를 삽입하지 않고 옷을 입은 상태 그대로 외부 센서를 이용해 근육 신호를 감지하는 방식이다.
환자가 앉아 있으면 치료용 의자 바닥에 부착된 센서와 복대 형태의 센서를 통해 항문 주위와 복벽을 압박하면서 항문괄약근과 골반저근육의 수축과 이완 정도가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나타난다. 환자는 이를 보면서 근육조절 능력을 학습해 변비와 변실금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비삽입형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환자의 편안함과 치료 효과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치료법이다. 삽입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환자의 불편감과 심리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배변근육 조절 능력을 개선하는 효과는 삽입형 치료와 동등한 수준이다.
삽입형 치료를 할 수 없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연령층에 적용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옷을 입은 상태 그대로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없고 회복 시간이 필요 없는 비침습적 치료법이기도 하다.
상쾌한병원 최정석 병원장은 "비삽입형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합병증이나 통증이 전혀 없고 외래를 이용한 통원 치료가 가능하다"며 "보험 적용이 되어 가격이 저렴하면서 변비와 변실금 환자의 치료 효과는 탁월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