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 지도부, 경제·민생 현안보다 尹 면회가 급한가
대통령 지키기에 당력 소진 개탄스러워
집권당의 책무 다하고 있는지 돌아보길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이 3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접견한 건 처음인데, 이에 당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지자 선동 목적의 정치행위”라고 비난하고, 국민의힘 안에서도 “무책임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재섭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이 “비대위가 과거에 매몰되는 느낌”이라고 지적한 게 그렇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인간으로서 도리”라며 ‘개인 차원의 면회’임을 강조했지만, 당의 ‘투 톱’과 5선 의원이 함께 접견했는데도 ‘개인적 면회’라고 설명하는 모습이 오히려 구차하다.
안 그래도 윤 대통령의 ‘옥중 정치’에 말들이 많다. 윤 대통령이 수감 상태에서도 참모들을 만나고 이들을 통해 각종 정치적 메시지를 발표해 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이번 접견은 윤 대통령의 그런 비정상적 옥중 정치에 일조한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나 의원은 이날 접견 후 “의회독재”라거나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으로 조치했다”는 등 윤 대통령의 주장을 오롯이 대중에 전파했다. 당의 최고 지도부와 중진 의원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윤 대통령을 굳이 찾아가 그 메시지를 전파하는 이런 모습은 그 자체로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의 입장과 공식적으로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 극렬 지지층이 아닌 다음에야 이를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국민의힘이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12·3 비상계엄 직후만 해도 적어도 지도부 차원에서는 윤 대통령과 거리를 뒀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지키기에 온 당력을 소진한다. 연일 헌법재판관들을 비방하면서 탄핵을 저지하고, 내란 수사와 재판에도 적극적으로 어깃장을 놓는다. 그것도 모자라 소속 의원들이 대통령 관저에 몰려가고, 급기야 당 지도부까지 윤 대통령을 접견하고 대변했다. 이러다 국민의힘이 계엄 옹호 세력으로 인식되는 것 아닌지 우려될 지경이다. 헌정질서를 수호해야 할 공당으로서 개탄스러운 모습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민생을 이끌어야 하는 집권당이다. 지금 그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현 경제 상황은 말 그대로 풍전등화의 위기다. 수출 전망은 어둡고 내수 위축은 치명적이다. 거기에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전쟁’과 중국의 ‘딥시크 쇼크’까지 들이닥쳤다. 이를 의식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은 지금 소위 ‘우클릭’으로 정책 방향을 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만 연연할 뿐 민생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다. 여당이 해야 할 일에 야당이 앞장서는 이런 모습, 아이러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도리보다 국민에 대한 도리를 다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