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AI 교과서는 교사를 대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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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부산교사노조 위원장

지난해 12월, 말 많고 탈 많던 AI 디지털교과서(AI 교과서)의 견본을 볼 수 있었다. AI 교과서를 보고 난 결론은, 교과서이기보다는 필요에 따라 사용되는 교육자료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AI 교과서는 교실과 같이 여러 학생들이 함께하는 공간보다는 코로나19 시기처럼 재택수업을 하는 환경에 더욱 알맞다. 교실에서는 교사가 설명하면 학생들이 함께 교사와 눈맞춤 하며 수업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이해도, 수업에 대한 흥미를 파악할 수 있다.

AI 교과서를 활용한다면, 모든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태블릿만 보며, 이어폰을 끼고 주변 환경은 노이즈 캔슬링한 채 수업하게 된다. 교사는 학생들의 표정이나 눈빛을 보며 상황을 가늠하기보다는 교사용 제어 화면을 보며 학생들이 다른 인터넷 환경에 접속하는지를 감독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민간업체에서 사용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AI 교과서라는 한 플랫폼에 모여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쌓기나무 도형을 3차원으로 돌려보고, 화면에서 손만 움직여 각을 잴 수 있고, 함수를 입력하면 그래프가 즉각 그려지니 수업 시간의 효율적 사용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도형을 직접 만들어보고, 각도기를 활용해 각을 직접 재어보는 것은 조작 경험을 통해 내용을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기에 교육적으로 유의미하다.

더구나 정답이 없는 가치나 사회정의 문제를 다루거나 토론 등의 모둠활동 적용에 AI 교과서는 한계를 지닌다는 점에서 수업 수준을 높이기 보다는 개별적인 보충이나 반복학습을 위한 단순 보조자료로서의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

AI 교과서는 학생별로 어떤 단원을 많이 틀리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개별학습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AI 교과서는 단답만 입력 가능하므로 학생이 어떤 풀이과정을 통해 틀렸는지는 알 수 없다. AI 교과서가 채점을 대신해줌으로써 그 시간은 벌겠지만, 채점을 하며 중간과정의 실수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더 나은 접근방법을 알려주는 계기는 잃을 수 있다.

AI 교과서가 느린 학습자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19 재택수업을 통해 이미 배웠다. 느린 학습자일수록 상담을 통한 학습 동기 유발, 교사의 관심과 애정 어린 눈빛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AI의 친절하지만 영혼 없는 목소리는 현실의 교사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

같은 교실 속에서도 학습 격차가 커지고,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비싼 구독료가 대수이겠는가? 어차피 매년 1조 원씩 투입한다면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교사 정원 확보로 세심한 학생 지도가 가능하도록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 보여주기식 사업보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 교육계의 실적이 돼야 한다. 교육이 가장 교육다워질 수 있도록, 학생들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이 더 이상 후순위로 밀려나지 않아야 할 때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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