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최전선 근로자 자긍심 갖게 해야" [바다 인(人)스타]
박병근 부산항운노조 위원장
부두 자동화 관련 고용승계 등
갈등보다 실리 얻는 성과 이뤄
조합원 고용·생계 안정화 고민
"인력난 심각, 정부 관심 필요"
“국내 최초로 완전 자동화 터미널 개장과 자성대부두의 순조로운 이전. 이런 변화가 가능하도록 조합원들이 많이 노력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이 부분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박병근 부산항운노조 위원장은 부산항이 미래로 나아가는 데 항운노조가 상당히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부산신항 7부두의 완전 자동화와 북항재개발을 위한 자성대부두 이전 모두 항운노조에겐 매우 민감한 문제였다. 현장 조합원들의 일자리가 걸린 일이었다. 박 위원장은 “다른 나라의 전례를 보면, 부두 자동화나 이전이 심각한 갈등 없이 진행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라며 “부산항이 살아야 항운노조도 미래가 있다고 생각해, 협력하고 윈윈하는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피할 수 없는 미래를 거부하기보다 ‘실익’을 챙겼다는 게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항운노조는 부두 자동화가 추진될 당시 인력 전환이나 배치 등을 두고 사업자·부산시·항만공사 등과 머리를 맞댔다. 그 덕에 직무 전환 교육을 통한 조합원 고용승계를 이뤘다. 지난해 12월엔 부산시, 해수부 등 관련 기관과 함께 자성대 부두의 기존 조합원들에 대한 ‘생계 안정 지원 약정’을 맺었다. 박 위원장은 “더 싸우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조합원의 고용승계와 생계 안정을 얻는 게 가장 중요했다”며 “항운노조의 대외 이미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항운노조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취업비리, 폐쇄적 조직문화 등으로 각인된 부정적 이미지다. 조합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을 넘어, 항운노조의 대외 협상력을 떨어뜨린다. 정부나 관련 기관들에 정당한 요구나 제안을 하더라도, 일단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지난해 46년간 독점적으로 유지해 온 ‘부두 정규인원 채용 추천권’을 노사정 합의를 통해 내려놓은 것도 이런 이유였다. 박 위원장은 “과거 잘못된 문화를 쌓아온 ‘업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우리가 많이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항운노조의 변화는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현장 내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육체노동에 대한 젊은 세대의 기피 탓에 일할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그만큼 근로 환경이나 복지 수준 등 개선할 점이 많다는 의미다. 항만 외부 환경도 급변하고 있어,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관련 제도를 고쳐 작업장 간 이동을 유연화하고 전환 교육을 강화했다. 환경 변화에 따라 폐쇄되는 작업장들의 조합원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조처였다.
박 위원장은 “노사정 합의로 정규직과 승진자에 대한 추천을 포기하고, 지부장 자격 요건을 강화했다. 엄밀히 말하면 항운노조 간부들의 권한을 많이 내려놓았다”며 “일반 조합원은 정반대다. 어떻게 그들의 근로 환경이나 처우를 더 높여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이 성장해야 항운노조가 미래가 있듯, 조합원들이 무너지면 부산항의 미래도 어둡다는 게 박 위원장의 결론이다. 항만에서의 작업은 상당한 숙련도가 필요해 대체 인력을 구하기도 힘들다. 현장이 멈추거나 작업 속도가 늦춰지면, 수출입 차질로 이어진다. 항만은 경제 거점 시설이자 보안시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인력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져 “외국인 조합원을 허용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박 위원장은 “인력 수급부터 항만 근로자들에 대한 처우까지 정부 차원에서 좀 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그래서 조합원들이 수출입 최전선 현장에서 일한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