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알면서도 속는 ‘집파리 효과’의 비밀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 뇌는 어떻게 성공하는가 / 에바 반 덴 브룩·팀 덴 하이어

<뇌는 어떻게 성공하는가> 표지. <뇌는 어떻게 성공하는가> 표지.

“이 책을 악용하지 마라, 인간을 이용하게 된다.”

책 표지에 나온 이 문구를 본 순간, 회가 동한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것이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속성. 다른 사람을 이용할 수 있다니,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다. 경제학자와 광고기획자가 함께 쓴 책 <뇌는 어떻게 성공하는가>는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우리의 뇌가 ‘집파리 효과’라는 작은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고 이를 통해 어떤 행동을 결정하는지를 탐구한다.

베스트셀러 <넛지>에서 유명해진 집파리 효과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행동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서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화장실 소변기에 파리 그림이 그려져 있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백이면 백, 자연스럽게 파리 그림을 조준(?)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물론 실험대상자는 남성이다.

이처럼 사소한 유도만으로도 인간의 행동은 달라질 수 있다. 마트에서 채소를 출입구 근처에 배치하면 소비자가 안도감에 빠져 과자와 맥주를 더 쉽게 구매한다는 영업 전략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현금을 쓸 때보다 지출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무의식적인 소비 습관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설명한다.

책은 광고, 정책, 비즈니스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집파리 효과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소비자를 특정 행동으로 이끄는 광고 기법과 사회적 유도를 통한 정책 설계, 조직 내 의사 결정 방식 등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사례를 통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다만 주변인을 내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게 될 정도는 아니다. 에바 반 덴 브룩·팀 덴 하이어 지음/최기원 옮김/매일경제신문사/332쪽/2만 10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