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하는 강성 지지층에 동화되는 국힘…조기 대선 ‘대혼란’ 예고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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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로 ‘윤 엄호’ 기류 짙어져
‘극우’ 표현에 “‘계엄 정당하다’ 보는 시민도 있다” 발끈
이대로라면 헌재 탄용 인용 시 지지층 불복 가능성 커
보조 맞추는 여당 조기 대선 열려도 방향 전환 쉽지 않아

지난 8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국가비상기도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국가비상기도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계몽령’ 주장에 공감하며 탄핵 반대를 외치는 보수 지지층이 연일 대규모 집회로 세 과시에 나서면서 국민의힘 내에서도 윤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 대신 오히려 ‘껴안기’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이다. 구속 이후 상승세를 탄 윤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일부 조사에서 50%를 넘길 정도인 데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여론전’이라고 믿는 이들 지지층 내 탄핵 기각을 확신하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당으로서도 운신의 폭이 좁아진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가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릴 경우, 이들 지지층의 불복 움직임 속에서 ‘조기 대선’을 둘러싸고 여당 내부가 대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는 최근 보수 핵심 기반인 영남권 탄핵 반대 집회에서 전례 없는 인파가 운집하자, 이전까지 ‘잘못’이라고 판단했던 ‘12·3 비상계엄’에 대해서도 ‘정당하다’는 쪽으로 기류를 바꾸고 있다. 10일 서울구치소에서 윤 대통령을 면담한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은 “‘많은 국민들께서 대통령께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사정에 대해서 공감하고 계신다’는 뜻을 저희들이 전달해 드렸다”고 말했다. 또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5만여 명(경찰 추산)이 참여한 지난 8일 동대구역 탄핵 반대 집회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수의 언론사명을 직접 거론하며 ‘편향 보도’라고 지목했다. 일례로 “ KBS의 경우 전국의 탄핵 찬반 집회를 같은 비중으로 취급해 국민들 보기에 똑같은 규모의 집회였던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고 했고, 일부 언론이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를 ‘극렬·극우 지지자’라고 표현한 데 대해 “정파적 프레임”이라고 비판했다. 신 수석대변인은 해당 집회에서 ‘계엄은 정당하다’ 등의 발언이 나온 데 대해 “계엄이 정당했다는 시민도 있을 수 있지 않느냐”라고 계엄에 대한 ‘당부당’ 판단도 정치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의 이런 기류는 탄핵 반대 여론이 점점 힘을 받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3~5일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해 파면해야 한다’는 55%, ‘탄핵을 기각해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40%로, 한 달 전 조사와 비교하면 탄핵 찬반 격차가 29%포인트(P)에서 15%P까지 좁혀졌다. 윤 대통령 지지층에서는 지지 여론이 높으면 헌재의 탄핵심판도 움직일 수 있다는 주장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탄핵 반대 집회의 선봉에 선 한국사 강사인 전한길 씨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넘기면 탄핵도 기각될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

지지층의 탄핵 기각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국민의힘 지도부의 헌재 압박도 한층 거세졌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에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과 관련, “헌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 재판관을 한 명 늘려서 탄핵을 인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며 “누가 봐도 불공정한 재판을 진행하면서 독립성을 보장해 달라는 (헌재)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당 일각에서는 계엄과 탄핵에 대한 당과 강성 지지층의 강한 ‘동조화’가 탄핵 인용 시 당에게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복귀를 당연시하는 지지층이 탄핵 인용에 대해 강하게 불복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당이 ‘조기 대선’에 곧바로 뛰어들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강성 지지층은 최근 일부 대권주자들의 대선 행보에 대해 “부모님이 멀쩡히 살아있는데 제사상을 차리느냐”며 성토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탄핵 학습 효과와 ‘이재명 불가론’ 등으로 탄핵 반대 여론이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높아졌지만, 중도층의 찬성 여론도 일관되게 높다”며 “강성 지지층에 보조를 맞추는 게 당장은 쉽고 편한 길이지만, 탄핵 인용 이후에는 엄청난 분열의 에너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참조.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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