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대표 연설의 동남권 발언, '산은 이전' 빠졌다
트라이포트 육성 세계 물류 중심 도약
산은 이전·글로벌 허브도시 선결돼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생과 경제회복을 위한 30조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제안했다. 10일 진행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공정성장’을 강조하면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먹사니즘’에서 나아가 모두가 함께 잘사는 ‘잘사니즘’을 새로운 비전으로 내세웠다. 이 대표는 당초 자신의 대표 정책인 기본사회에 대해 재검토를 시사했으나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 설치를 공언하며 추진 계획을 다시 공고히 했다. 인공지능(AI) 중심 첨단기술과 바이오,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 의지를 밝힌 가운데 동남권 발전 전략으로 트라이포트 육성을 내세워 지역민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대표는 지구온난화로 북극항로의 항해 가능 기간이 늘고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어 긴 안목으로 관심을 두고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부울경으로 모인 화물이 대륙철도와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갈 미래에 대해 비전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천-창원-부산-울산-포항으로 이어지는 동남권을 해운-철도-항공의 트라이포트와 그 배후단지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국회 대표 연설을 통해 동남권 발전을 강조한 것은 지역으로 보면 고무적인 일이다. 트라이포트 육성을 통한 세계 물류 중심 도약은 부산의 비전이기도 하고 북극항로 시대 더 큰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다.
이 대표가 동남권에 주목하는 것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포석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야당 대표가 동남권 발전을 강조하는 것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다만, 지역 최대 현안인 한국산업은행 부산 이전 발언이 빠졌다는 점에서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여러 이유를 대지만 산은 부산 이전을 위한 산은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거대 야당 때문이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이 국회에 묶여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트라이포트를 통한 세계 물류 중심을 주장하면서 부산을 글로벌 허브도시로 육성하자는 법안에 딴지를 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정책 추진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망국적 수도권 일극체제로 국가 성장잠재력이 한계에 달한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 들어 부산과 서울의 두 바퀴 성장 전략을 통해 수도권에 대응하는 남부경제권 육성을 추진해 왔는데 사사건건 발목을 잡은 게 민주당이었다. 지난 총선에서 야당의 전국적 약진에도 불구하고 동남권에서는 여당이 싹쓸이하는 결과가 나온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선거 때만 공약으로 떠벌릴 게 아니라 지역 발전에 진정성을 가져야 지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당장의 현안인 산은법 개정안과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부터 앞장서 해결하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