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크리스마스 살인’에 재조명되는 소년법 개정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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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 없던 또래 여학생 계획 살인
유족 “매년 크리스마스가 지옥으로”
소년범 매해 증가…범죄 유형 잔혹
‘소년법 개정’ 국민 동의 얻어 국회로

지난해 12월 25일 경남 사천시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피의자 A 군이 배회하는 모습이 찍힌 CCTV 영상. 부산일보 DB. 지난해 12월 25일 경남 사천시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피의자 A 군이 배회하는 모습이 찍힌 CCTV 영상. 부산일보 DB.

경남 사천에서 일면식도 없는 또래 여학생에게 집착하다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사건(부산일보 지난해 12월 27일 자 2면 등 보도)이 발생하면서 ‘소년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커지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검 진주지청은 살인 혐의를 받는 A(17) 군을 지난달 중순 구속기소 했다. 창원지법 진주지원의 첫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A 군은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8시 50분께 사천 한 아파트 앞 길가에서 B(10대) 양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군은 “B 양에게 남자친구가 생긴 것 같았고, 자신 외 다른 이성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 싫어서 살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했다.

이들은 2021년 SNS를 통해 알게 돼 4년간 연락만 주고받으며 실제로 만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A 군은 범행 당일 강원도 원주에서 버스를 타고 마산을 거쳐 사천까지 왔으며, 메고 온 가방에는 흉기와 휘발유 등이 들어 있었다. 크리스마스에 맞춰 선물을 줄 게 있다며 집 앞으로 나오게 만든 뒤 범행을 저지르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에 유족 측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크리스마스에 사랑하는 제 딸이 무참히 살해당했다. 행복해야 할 크리스마스가 지옥이 됐다”며 원통한 심경을 전했다. 그리고 유족 측이 선임한 법률사무소는 소년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개정을 촉구하는 입법 청원을 냈다. 지난 7일까지 6만 8461명의 동의를 얻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국회는 해당 청원을 90일 이내 본회의에 붙일 것인지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한다.

유족 측은 가해자가 소년법을 적용받으면 사실상 최대 형량이 15년이고 가해자가 우울증 등 심신미약을 주장한다면 형량은 더욱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족 변호인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피해 유족들은 평생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지만, 가해자는 소년법을 적용받게 돼 15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만 수감 생활하면 되고 그 이후로는 모든 법적 제재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유스폴넷’ 자료상 소년범은 최근 3년간 24.8% 증가했다. 연도별로는 △2021년 5만 4074명,△2022년 6만 1114명 △2023년은 6만 6501명으로 해마다 늘어났다. 이 중 형사 처벌이 불가능한 만 10~14세 촉법소년 비율은 각각 21.5%(1만 1677명), 26.8%(1만 6435명), 29.5%(1만 9653명)으로 나왔다. 더욱이 ‘사천 크리스마스 살인’이나 ‘충남 논산의 40대 여성 납치·성폭행’ 등에서 드러났듯이 갈수록 죄질이 나빠지는 분위기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미성년 강력범에 대한 처벌을 담고 있는 ‘특정강력범죄처벌법’은 1990년대 제정된 이후 여태 한 번도 처벌 강화 방향으로 개정된 적이 없다. 법상 18세 미만인 소년에 대해 법원이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해야 할 때 20년의 유기징역을 선고하며, 형의 기간을 확정하지 않는 자유형을 내리는 경우(부정기형) 장기 15년, 단기 7년을 넘기지 못하도록 한다.

유족 측은 “단순히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약하게 처벌한다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소년법은 현대 사회의 요구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면서 “특히 계획적이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는 성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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