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역전쟁’ 속 부산의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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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배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법과 다자주의보다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며, 경제·외교·군사적 우위를 활용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화했다. 특히, 관세 전쟁, 경제 제재, 방위비 증액 요구, 국제기구 탈퇴 등의 조치는 글로벌 무역 질서에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기존의 다자주의 통상 체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단순한 일방적 패권주의 접근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다소 단편적이다. 미국이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자국 제조업 보호, 무역적자 해소, 중국과의 경제 패권 경쟁 등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산이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정책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해운물류 산업의 대응 방안이다. 부산항은 세계 6위 컨테이너 항만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 물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미중 무역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부산항의 물동량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특정 국가 선박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거나 무역 장벽을 높일 경우, 부산을 경유하는 해운 물류 흐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주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동남아, 유럽, 중동 등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단순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글로벌 해운 기업 및 주요 항만과 협력을 강화하여 국제 물류 네트워크를 더욱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

둘째, 조선산업의 대응 방안이다. 미국이 자국 조선업 보호 정책을 강화하면서 한국 조선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의 수주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LNG 운반선과 같은 친환경 선박 시장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한국 조선업체들의 진출이 제한될 수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지역에서 수주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특히, 친환경 선박 등의 미래형 조선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해외 조선소 및 글로벌 선주사와 협력하여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제 해운업계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해양신산업 육성 방안이다. 해양 바이오산업과 같은 신산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이를 통해 부산의 해양산업을 더욱 다각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친환경 선박 개발뿐만 아니라 부유식 해상풍력, 조력발전 등 해양 재생에너지 산업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신산업 육성 전략이 단기적으로 보호무역주의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검토도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는 부산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에 도전적 과제를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계기가 되었다. 부산이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자무역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WTO 등의 국제기구를 통해 무역 장벽 해소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한미 FTA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한국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트럼프 이후 미국 행정부의 정책 변화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만약 미국이 다자주의로 복귀한다면, 보호무역주의에 맞춘 부산의 대응 전략도 다시 조정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기술 개발과 시장 다변화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보호무역주의가 초래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부산은 강대국의 무역전쟁 환경 변화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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