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군함 건조할 K조선, 경제·안보 위기 돌파 지렛대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동맹국 건조’ 부울경 조선업에 새 기회
관세 압박 등 최소화에 전략적 활용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제1독에서 LNG 운반선 4척을 동시 건조 중인 모습.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제1독에서 LNG 운반선 4척을 동시 건조 중인 모습. 한화오션 제공

한국 조선업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시사한 가운데 미 의회가 해군 함정 건조와 부품 조달 사업을 동맹국에 맡길 수 있는 법안을 최근 발의했다. 이 법안은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의 선박을 나토(NATO) 회원국이나 동맹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등 적대 세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외국 조선소에서 주요 선박과 부품을 건조할 수 있게 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의 조선업체는 미 군함의 보수·수리·정비(MRO)뿐만 아니라 건조까지 맡을 수 있게 된다. 부산, 울산, 경남 지역 조선업이 더욱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에는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고 미국의 해양 패권을 재건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현재 미국은 번스-톨리프슨법에 의해 해군 함정을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미국의 조선업 역량이 점차 약화돼 군함 수 유지조차 힘든 상황이다. 건조는 물론이고 수리 능력도 저하된 상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0년간 구축함 23척을 건조한 반면 미국은 11척에 그쳤다. 미국이 세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이 해군력 증강을 빠르게 진행하는 상황에서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에 군함 건조 규제를 풀었다고 볼 수 있다.

미 해군은 준비 태세를 유지하려면 355척의 함대를 보유해야 하지만, 현재 291척의 함정만 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조선업 재건을 위해선 동맹국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미 상원이 자국 조선소에 한정돼 있던 군함 건조를 풀어주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미 해군은 현재 291척인 군함을 2054년까지 390척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향후 30년간 그 구매 비용만 1조 7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함정 건조가 가능한 동맹국은 한국과 일본 정도다. 특히 한국은 독보적인 기술력과 함께 비용과 시간에서 경쟁력이 있다. 무엇보다 신속하게 함정을 제작할 수 있는 역량에서 한국은 일본을 크게 앞선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사실이다. 해양 패권 재건을 위한 미국의 움직임을 보며 우리도 전략적 접근을 펼칠 필요가 있다. 트럼프발 위기 속에서 동맹국 조선소 이용을 경제와 안보 위기의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 미국은 최근 철강·알루미늄 25% 관세를 전면 적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미국의 관세 압박과 통상 문제, 나아가 주한미군 비용 요구 등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점은 거의 않다. 하지만 동맹국에 대한 군함 건조 의존을 지렛대로 삼아 우리 조선업의 신규 성장 동력을 이끌어 내고 철강 등 관련 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도출해 내야 한다. 이게 협상의 기술이기도 하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