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어가폭락·고유가… 부산 거점 참치연승 '삼중고'
원양어선선장협회 조사 결과
올해 업체 30% 줄폐업 가능성
"매출 35% 감소로 수억 원 적자
국제 쿼터 잃으면 회복 어려워"
부산을 모항으로 삼는 참치 연승업계가 일본 엔화 약세, 참치 어가 폭락, 운영 비용 상승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하며 벼랑 끝에 내몰렸다. 올해 참치 연승 어선 규모가 약 30%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한 번 축소된 해양 영토는 회복이 어렵고 지역 경제에도 영향이 상당한 만큼 참치 연승업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전·현직 참치 연승어선 선장 1000여 명으로 구성된 한국원양어선선장협회(이하 협회)는 “내부 조사 결과, 올해 들어 국내 참치 연승 어선 106척 중 약 30척이 무더기 폐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협회는 “국내 참치 연승업체 11곳 중 6곳이 부산에 몰려있는데, 대부분 보유 어선이 10척 이하인 영세 업체라 타격이 더욱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치 연승업은 그물을 사용하는 선망과 달리 낚싯줄로 참치를 한 마리씩 잡는 방식이다. 참치 손상이 적어 횟감으로 주로 사용되는 고급 어종인 황다랑어와 눈다랑어를 어획한다. 국내 원양 어선 201척 중 절반 이상이 참치 연승 어선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참치 연승업계가 위기를 호소하는 주된 이유는 매출 감소와 운영 비용 상승이다. 국내 참치 연승업계가 잡은 참치는 절반 이상이 일본에 수출된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 참치 어가 폭락이 이어졌다.
통계청 원양어업생산동향에 따르면 가장 최신 통계인 지난해 12월 황다랑어의 평균 가격은 kg당 3416원으로, 재작년 동기간(4826원) 대비 29% 급감했다. 같은 기간 눈다랑어도 7145원에서 7124원으로 소폭 줄었다.
협회는 일본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참치 등 고급 어종 대신 연어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진 것을 주 원인으로 분석한다.
여기에 엔화 약세가 매출 감소를 더욱 부추겼다. 참치는 일본에 수출할 때 엔화로 결제한다. 즉,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대금을 엔화로 받는 국내 업체는 환차손을 겪는 것이다. 협회는 이러한 환율 영향까지 고려했을 때 참치 어가와 매출이 35% 이상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운영 비용 상승도 치명적이다. 연간 어선 운영비가 기름값과 선용품 비용 상승으로 인해 최근 2~3년 간 30% 가까이 증가했다. 부산 한 원양선사 대표는 “원양 조업은 한 번 출항하면 20개월 동안 바다에 나가있기 때문에 고정 비용만 약 15억 원이 든다”면서 “참치 연승 업체들은 어선 한 척당 매년 5~10억 원 적자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여건 탓에 영세한 선사들은 운영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도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 한 번 원양 어선 척수가 줄어들면 국제 사회에서 수산물 쿼터도 함께 감소하고, 이는 우리 해양 영토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특히 참치 연승업은 다른 연근해나 원양업과 비교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평가된다. 참치 연승업에 종사하는 선원만 약 2000명에 달하며, 부산·경남 지역에 밀집한 수리업체와 납품업체까지 포함하면 경제적 파급 효과는 더 커진다.
협회는 참치 원양업계 규모 축소가 미치는 파급을 고려해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책 마련을 호소했다. 협회 김용수 대표는 “이 위기를 해결하려면 기름값이나 환율 피해에 대한 보전금 지급 등 다각적인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면서 “태평양·대서양·인도양 등 각 대양에서 배정받은 국제 쿼터는 국가 자산이나 다름 없다. 연승어선의 줄폐업으로 이를 한 번 잃으면 다시 회복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