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고민 깊어지는 여…지도부는 중도 공략 민주당에 ‘십자포화’
당 주최 세미나서 “탄핵 인용 뒤 중도 공략 늦어…변화해야”
최근 조사에서 지지율 상승세 주춤, 탄핵 여론은 ‘인용’이 높아
당 지도부 20일 중도 파고드는 이재명·민주당에 집중 공세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조기 대선’에 대한 여권 내부의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처리 이후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보수 결집 전략으로 단기간에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효과를 거뒀지만, 최근 들어 그 한계를 뚜렷하게 체감하면서다. 20일 당 주최 토론회에서는 “탄핵 인용 이후 중도층을 공략하겠다고 하면 시간이 부족하다”며 ‘플랜 B’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전략기획특별위원회가 이날 국회에서 개최한 ‘국민의힘, 어디로 가야 하는가’ 주제의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윤 대통령 파면 시 열리는 조기 대선에 대비해 당의 ‘탄핵 반대’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자리에는 당 ‘투톱’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도 참석했다. 신 교수는 “탄핵이 인용되면 두 달 후에 대선이 있다”며 “두 달 동안 탄핵에 반대하고 이에 대해 부정적인 주장을 했다는 국민의힘의 이미지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당이나 정치인의 이미지는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다”라며 “민주당도 지금 ‘우클릭하겠다’고 말하지만 (국민들이 민주당을 보고) ‘진짜 중도·보수 정당이 됐네’라고 생각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정당과 정치인의 이미지는 시간 축적의 결과물”이라며 “국민의힘도 (탄핵 인용 후에야) 대선 준비를 하며 이미지를 바꾸겠다고 하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 응답이 60% 가까운 비율로 나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강성 지지층은 세상이 쪼개져도 국민의힘을 찍는다.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중도층으로부터 표를 더 받을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20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17∼19일, 1000명 대상,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7%, 더불어민주당 34%였지만, 중도층에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각각 25%, 35%로 나타났다. 여기에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를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55%,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은 39%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율과 탄핵 인용·기각에 대한 여론이 차이가 나는 것은 중도층에서 인용 여론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도층 공략에 대한 여당 내부의 고민은 이날 당 지도부의 메시지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이 반도체 특별법에서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을 반대하는 데 대해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뜻을 받드느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외면하고 있다”며 “아무리 이재명 대표가 성장 운운하며 친기업 행보를 한다고 한들,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 외쳐본들 이런 마당에 어느 국민이 믿겠나”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 역시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 언급과 관련, “본인은 과거 미군을 ‘점령군’으로 부르고, 당 주류는 과거 운동권 시절 반체제 운동을 했는데 ‘오른쪽’을 운운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민주당은 반도체특별법에서 주 52시간 근로 예외 조항을, 상속세에서 세율 조정을, 연금개혁에서 구조개혁을 뺐다. 민주당의 보수정책 베끼기는 영혼 없는 ‘C급 짝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민주당과 이 대표가 중도층 공략을 위해 정책 ‘우클릭’을 가속화하는 데 대해 조기 대선을 겨냥한 정략적 표변에 불과할 뿐이라고 집중 비판하며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반면 연일 이어지던 헌법재판소에 대한 비판은 잦아드는 분위기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