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극우 의존보다 중도층 이탈 걱정할 때다
여당, 극단 세력 구애하다 역풍 자초
국정 현안 주도, 국민 마음 붙잡아야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은 출렁거렸다.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할 때 날개 없는 추락을 경험했지만 이내 반등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보수 세력의 결집 덕분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엎치락뒤치락하자 효용감을 확신한 여권은 소위 ‘아스팔트 극우’로 불리는 극단 세력과 노골적으로 연대했다. 하지만 최근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은 각각 34%, 40%였다. 1주일 전보다 여당은 5%P 떨어지고, 민주당은 2%P 올랐다. 중도층 이탈이 격차의 배경이다. 여당이 극단적 탄핵 반대 세력에 치우치면서 중도를 잃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근 상속세와 근로소득세 완화 정책을 꺼내 들었다. 국민의힘이 ‘가짜 우클릭’이라고 비판했지만 이 대표의 ‘중도보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이 대표의 정책에 진정성 논란이 있지만, 현재 산적한 국가 현안을 논의해야 하는 시급성을 호소한 대목에 중도층이 호응한 결과가 지지율 희비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민주당은 계엄령 직후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먼저 제안했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협의체에서 연금 개혁과 추경 논의를 이끄는 한편 관세 전쟁에 대비하는 ‘통상 특위’까지 제안했다. 여당이 해야 할 국정 안정화 노력을 야당이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여당은 할 말이 없게 됐다.
여당의 자승자박은 국정 현안을 주도하는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가짜 뉴스에 편승하고 극단 세력에 미련을 버리지 않아 비롯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연일 거리 집회에 참석해 ‘헌재 때리기’에 골몰하고 있다. ‘헌재 판결 불복’을 선동하는 정당이 어떻게 국정 안정의 믿음을 줄 수 있겠는가. 여당 대변인은 한술 더 뜨다 망신을 당했다. 문형배 헌재 권한대행이 모교 커뮤니티 음란물을 방치했다는 가짜 뉴스를 근거로 법관 자격을 따지는 논평까지 냈다가 철회한 것이다. 여당 의원 중에는 이 가짜 뉴스에 근거해 문 권한대행 탄핵안을 추진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상식을 벗어난 여당의 언행이 역풍을 자초한 것이다.
탄핵 반대 단체들은 3·1절을 기해 대규모 장외 집회를 통해 세를 과시할 전망이다. 이들 중에는 ‘선거연수원 중국 간첩 99명 체포’ 등 악의적 가짜 뉴스를 퍼뜨려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세력이 섞여 있다. 공당인 국민의힘은 국정 현안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정도다. 장외의 극단 세력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 정치에는 보수와 진보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한쪽이 극단으로 치닫거나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는다. 역대 선거를 봐도, 보수 정당이 보수층 결집으로만 집권할 수는 없다. 국민의힘이 지금 할 일은 ‘일 잘하는 지도자’에 따라 기우는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