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에 추월당하고 미국 관세 위기 처한 K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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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술 수준 2년 만에 중국에 역전
국내 전문가 평가, 특별법 등 서둘러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23일 발간한 ‘3대 게임체인저 분야 기술 수준 심층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문가 39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반도체 분야 기술의 기초 역량은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연합뉴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23일 발간한 ‘3대 게임체인저 분야 기술 수준 심층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문가 39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반도체 분야 기술의 기초 역량은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연합뉴스

우리나라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기술 수준이 2년 만에 대부분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국내 전문가들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도체 기술만큼은 여전히 중국보다 앞설 것이라는 일반적인 믿음과는 완전히 상반된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23일 발간한 ‘3대 게임체인저 분야 기술 수준 심층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문가 39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반도체 분야 기술의 기초 역량은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그래도 미국 트럼프발 관세 압박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 반도체가 중국에도 기술로 추월당하는 겹악재를 만난 모습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고집적·저항기반 메모리 기술, 고성능·저전력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전력반도체 분야, 차세대 고성능 센싱 기술 분야에서 모두 중국에 뒤처진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은 중국과 같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2022년에 진행된 기술 수준 평가 설문조사에도 참여했던 국내 전문가들은 당시엔 대부분 분야에서 한국이 앞서 있다고 판단했지만 2년 만에 모두 뒤바뀐 평가 결과를 내놨다. 반도체 분야 전체를 평가한 조사에서도 한국은 공정과 양산 분야에서 중국보다 앞섰을 뿐 가장 중요한 기초·원천 및 설계 분야에서는 중국은 물론 일본, 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서도 최하위로 평가됐다.

그동안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중국에도 이젠 뒤처졌다는 국내 전문가들의 설문조사 결과는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처한 위기 상황을 잘 보여준다. 반도체 기술 굴기에 성공한 중국은 물론 반도체에 25% 이상의 관세 부과를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압박, 또 일본, 대만의 집중적인 정부 지원까지 K반도체의 외부 환경은 온통 가시밭길이다. 경쟁국들이 이처럼 반도체 패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영 딴판이다. 업계에선 한시가 급하다는 반도체 특별법은 여야의 주 52시간제 갈등으로 진척이 전혀 없다. 탄핵 정국으로 정부 리더십도 사라졌다. 이래저래 어둡기만 한 K반도체의 현실이다.

국내 전문가들의 K반도체에 대한 가감 없는 위상 평가에 사실 실망과 허탈감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사실 그동안 K반도체가 위기라는 경고는 한두 번 나온 게 아니다. 업계의 간절한 지원 호소와 경고를 귓등으로 흘려들은 행정부와 정치권의 무신경이 작금의 위기를 더 악화시켰다고 봐야 한다.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당장은 어떻게든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반도체 특별법을 처리해야 한다. 평가원 보고서도 지적했듯이 핵심 인력의 유출 방지책도 급한 상황이다.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법적 제도 마련 등 대대적인 지원 대책을 더는 미뤄선 안 된다. 이대로 둔다면 K반도체의 쇠퇴는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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