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목생도사(木生道死)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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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젊은 층의 골프 유입이 급격히 증가하며, 골프는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골프장에서만 통하는 다양한 은어들도 일상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목생도사(木生道死)’(나무에 맞으면 살고, 도로에 맞으면 죽는다), ‘운칠기삼’(운이 70%, 실력이 30%), ‘도로공사 협찬’(도로를 맞고 비거리가 늘어나 좋은 위치에 놓이는 상황), ‘오잘공’(오늘 가장 잘 맞은 공) 등이다. 최근 가장 많이 회자되는 표현이 바로 ‘목생도사’다.

지난 24일 열린 PGA 투어 멕시코 오픈에서 브라이언 캠벨이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승리를 결정지은 원인은 ‘목생도사’였다. 연장전에서 캠벨의 티샷은 심하게 오른쪽으로 휘어 아웃 오브 바운드(OB)로 향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공이 나무 윗부분을 맞고, 나무가 던져주듯이 코스 안으로 되돌아왔다. 운이 따른 캠벨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187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거머쥐며 126만 달러(약 18억 원)의 상금을 차지했다. KLPGA 투어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있었다. 지난해 6월, 박현경의 티샷이 두 차례나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로 돌아왔다. 덕분에 극적으로 우승했다.

골프 코스에서 나무는 장애물로 보이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기회를 만들어주는 존재가 된 셈이다. 하지만, 단순히 운이 좋다고 해서 승리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대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와도,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캠벨의 우승은 우연이 아니라, 오랜 시간 갈고닦은 쇼트게임 능력 덕분이었다. 그는 마지막 어프로치 샷을 홀 1m에 정확히 붙였고, 평상시처럼 자신 있게 퍼팅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반면, 장타력을 자랑하던 라이벌은 벙커에 빠지고, 2m 퍼팅까지 놓치는 실수를 저질렀다. 박현경 역시 연장전에서 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더 짧은 퍼트를 놓친 라이벌을 따돌릴 수 있었다. 결국, 운은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된다.

골프와 인생은 닮아 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오히려 더 나은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골프장에서, 인생의 다양한 순간에서 ‘목생도사’와 같은 뜻밖의 행운을 경험할 때가 있지만 그 행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과 장애를 극복하려는 용기가 우리를 더 나은 길로 이끈다는 사실이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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