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어코 캐나다·멕시코에 관세… 한국 경제도 ‘요동’
4일부터 양국에 25% 관세 발효
중국산엔 추가 관세 10% 부과
캐나다·중국, 미국 제품에 보복
멕시코서 생산 국내 기업 타격
코스피·환율 등 금융시장 하락
비트코인도 전날보다 9.3% 급락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달간 관세 부과를 미뤘던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4일(현지 시간)부터 예정대로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서도 추가 관세를 10% 부과한다고 밝혔고 미국이 수입하는 외국산 농산물에 대해서도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4일 0시 1분부터 미국의 신규 관세는 발효됐다.
지난달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 달 미루면서 관세 부과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좀 바뀌지 않을까 하던 기대감도 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는 동맹도 없고 무역협정도 의미가 사라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백악관에서 대만 TSMC의 대미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가 4일부터 시행된다고 확인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5% 관세와 관련해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4월 2일부터 부과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상호 관세란 미국의 제품에 대해 관세나 비관세 장벽이 있으면 그 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에 대해서도 똑같이 관세를 부과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많은 국가가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저렴한 인건비로 물건을 만든 뒤, 미국에 수출을 해왔는데 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됐다.
멕시코에 공장을 많이 둔 나라는 한국도 꼽힌다. 삼성전자 LG전자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등 400여 개 기업이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캐나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으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나 다름없는데, 25% 관세 부과 국가가 됐다는 것은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역시 트럼프발 관세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에 대해서는 2월 4일부터 시행된 10% 관세에 더해 10% 추가관세가 보태져 총 20% 관세가 부과되게 됐다.
중국도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닭고기와 밀, 옥수수 등 농축산물을 대상으로 10~1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일부 미국 기업에 전략물품 수출 통제 제재를 가하는 표적 대응에 나섰다. 다만 중국은 전면적인 확전 대신 대화를 요구하며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4일부터 캐나다 역시 300억 캐나다 달러(30조 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조치가 얼마나 대응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지만, 중국과 캐나다의 입장으로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미국발 자국 우선주의가 전 세계를 뒤흔들며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며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냉혹한 국제질서를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 전쟁’은 금융시장을 흔들었다. 4일 코스피는 3.86포인트(P), 0.15% 내린 2528.92에 장을 마쳤고 코스닥도 6.06P(0.81%) 하락한 737.90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628억 원, 1426억 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원달러 주간(낮) 환율은 1.6원 내린 1461.80원에 마감했다. 관세 부과에도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낸 영향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큰 폭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40분 기준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9.3% 하락한 8만 3845달러(약 1억 215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