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노인 급식 이대로 좋은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동희 사단법인 노인생활과학연구소 대표

추운 날씨에도 무료급식을 위해 길게 줄 서 있는 노인, 급식표를 받지 못하면 식사 해결이 되지 않는 노인의 불만스러운 고함 소리, 홀로 사는 노인들의 식사를 챙기는 도시락 방문 서비스를 전하는 기관들의 구슬땀…. 오랫동안 보아온 노인 급식 실태라 생각한다.

노인에게 무료 급식을 시작한 것은 1991년이다. 최초에는 사회복지사업기금으로 지원이 시작됐고, 1999년도 하반기부터 전국 경로식당에 국고 지원을 시작했다. 2000년부터 저소득 노인에게 식사 배달 사업을 시작했다. 2005년부터는 지방이양 사업으로 전환됐다. 운영기관은 노인복지관 종합사회복지관 경로식당, 재가노인복지시설, 종교단체 등 비영리단체다. 지역 여건상 식사 배달을 할 수 없거나 급식 기관이 없는 경우 급식 대상 노인이 원하는 식당 또는 그 노인을 돌볼 수 있는 이웃(마을 단위, 이장이나 부녀회) 등을 활용해 식사 배달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무료 급식 이용 노인 수가 폭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인의 사회 참여 방안으로 지역사회 복지관 중심의 경로식당에서 일반 노인까지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혼재는 가끔 이곳이 아니면 식사가 해결되지 못하는 노인에게 큰 좌절감을 전한다. 노인 급식 대상에 대한 수요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단지 혼자 먹으니, 입맛이 없어서, 밥 하기 싫어서 한 끼를 때우기 위해서 경로식당을 이용하는 노인들을 위해서는 다른 형태의 급식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노인의 영양과 건강을 위한 식사 구성을 지적하기보다는, 식사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노인 급식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뤄야 할 때라 본다. 수요 조사, 급식 제공 방법, 급식 시간 등 다양한 논의가 요구된다. 앞으로 노인 인구는 더 증가할 것이 분명한데, 여전히 경로식당 수준의 노인 급식으로는 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노인 급식을 복지기관에만 의존케 말고 여러 형태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식사 방법, 다양한 형태의 영양식, 혼자가 아니라 함께 점심 먹기, 도시락 나누기 등 지역사회 공동 부엌을 등 다각적인 해결 방안을 고려하면 좋겠다. 경로당이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지역사회에 공동 부엌을 두고 요리도 배우고 맛 나는 점심을 함께 먹는 이웃을 만드는 방법, 커뮤니티 부엌, 은퇴자를 위한 지역사회 요리 교실 강좌도 많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종교단체, 지역 내 식당의 탄력적 운영, 노인 프로그램과 식사가 함께 제공되는 소규모 카페 등이 자유롭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인의 다양한 요구와 생활방식을 반영하지 못해서는 안 된다. 노인 급식은 식사제공을 넘어 초고령사회에서 노인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