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 끝에 선 경남 군 지자체… 대책 골머리
합천군 지난달 4만 명 선 무너져
자연 감소에 청년층 유출 맞물려
농업·공업 등 정상 기능 어려워
경남도 군 단위 지역 인구가 급감하면서 인구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 유출을 막을 만한 뾰족한 묘수가 없어 지자체마다 머리를 싸매고 있다.
12일 합천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인구가 3만 9938명으로 4만 명 선이 무너졌다. 지난 2015년 5만 명 선이 깨진 이후 10년 만에 4만 명까지 인구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1995년 당시 6만 1709명과 비교하면 20년 사이 2만 2000명이 감소했다.
더욱 암울한 건 감소세는 최근 벌어진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합천군은 매년 인구가 1.5~2.5% 감소해 왔다. 지난 10년 간 한 차례의 반등도 일어나지 않았다.
경남도 내 다른 9개 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군 단위 지역에서는 가장 덩치가 크다는 거창군(5만 9452명), 함안군(5만 8599명), 창녕군(5만 5797명) 모두 지난달 말 기준으로 6만 명 선이 붕괴된 상태다. 가장 규모가 작은 의령군은 일찌감치 3만 명 선이 무너져 현재 2만 5000명이 거주 중이다. 웬만한 시 단위 ‘동’보다 인구가 적다.
이들 모두 1980년대만 해도 대부분 인구 10만 명 이상을 웃돌던 지역이다. 그러나 40년 만에 인구가 반토막 났다.
결국, 자연 감소와 청년층 유출이 맞물린 게 인구 급감의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들 10개 군의 65세 인구 비율을 보면 함안군 제외 모두 35% 이상이다.
특히, 합천군은 45%, 산청군·남해군·의령군은 42%를 넘어서며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매년 지역별로 7~800명 정도 자연 감소가 이뤄지고 있지만, 출산 건수는 거창군을 제외한 9곳이 연 10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일자리, 주거 환경, 교육·의료·문화시설 부족 등 이유로 청년층이 고향을 떠나면서 인구 감소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오지혜 경남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이대로라면 군 단위 소멸이나 통폐합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인구가 더 줄면 농업이나 공업 등 지역 산업이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경남도는 올해 인구미래담당관실을 신설하고 인구 감소 대응 종합 대책에 나섰다. 그러나 심각한 상황에 비해 단기간에 반전을 가져다 줄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지방 소멸 대응 기금으로 연간 70억 원에서 160억 원 정도 지원되고 있지만 교육·의료 등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최상한 경상국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프랑스와 일본 등 선진국들은 합계 출산율이 1 이상일 때부터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인구 감소에 대응해 왔다. 예산만 주고 지자체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군 단위 지자체를 살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