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갈이’로 허위 구매하고 친인척 회사와 거래…국고보조금 부정수급 630건 적발
기재부, 보조금 부정수급 결과 발표
쪼개기 게약·유령회사 만들어 편취
인건비 이중 지원·세금계산서 중복
구매가격보다 2~4배 높게 빌리기도
라벨갈이로 장비를 구매한 것처럼 속인 사례. 기획재정부 제공
# 국고보조금을 받는 사업자 A는 메인장비를 나라장터를 통해 구매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부가 물품계약을 체결한 업체와 실제 제작한 업체가 달라 확인한 결과, 라벨갈이로 판명됐다. 계약서에는 공급업체가 ‘ㄱ업체’로 기재된 반면, 장비에 부착된 라벨을 뜯어보니 실제로는 ‘ㄴ업체’ 장비로 확인됐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부속품을 허위로 구매한 것.
# 국고보조금을 받는 사업자 B업체는 민간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나라장터가 아닌 홈페이지를 통해 사업자를 모집했다. 이후 내부 평가를 통해 최대 주주가 인척으로 있는 모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 업체는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나라장터에 뒤늦게 긴급 입찰공고를 올리는 요식행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부는 이런 방식을 통해 부정 수급된 보조금 39억 1000만원을 적발해 환수했다.
기획재정부는 1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4 보조금 부정수급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국고보조금통합관리망의 부정징후탐지시스템을 활용해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집행된 보조사업 중 부정으로 의심되는 보조사업 8079건을 추출·점검했다. 이를 통해 총 630건, 493억 원 상당의 보조금 부정수급을 적발했다.
적발건수는 역대 최대였지만, 적발 금액은 지난해보다 줄었다. 지난해 점검에서 코로나19 소상공인 방역 지원 부정수급이 대거 적발된 기저효과다.
기재부는 이번 조사에서 불법 하도급, 허위계약 등으로 보조금을 편취하거나 계약 관련 법령과 지침을 위반해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례를 다수 적발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친인척 회사에 용역이나 물품 구매를 몰아준 사례 △쪼개기 계약이나 유령회사를 통해 보조금을 편취한 사례 △라벨갈이로 허위 계약서를 꾸며 보조금을 횡령한 사례 △사업 목적에 맞지 않는 곳에서 보조금 카드를 결제하는 사례 △인건비를 이중으로 지원받거나 세금계산서를 중복해서 사용한 사례 등이었다.
실제 근무하지도 않은 아들과 딸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거나 보조금으로 구입이 금지된 술을 행사를 위해 구입하고, 작업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가격보다 2~4배 높은 가격으로 빌리기도 했다.
부정수급으로 최종 확정되면 보조금 환수와 제재부가금 징수, 명단공표 등 제재가 이뤄진다.
임영진 국고보조금 부정수급관리단장은 “올해는 보조금 부정수급 점검을 더 강화할 계획”이라며 “부정 징후 추출 건수를 1만 건 이상으로 확대하고, 합동 현장점검 건수도 더 늘리겠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