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초조한 야당이 기각 증거”라는데… 야는 “여당 비해 헌재 정보 없어”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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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 늦어지자 여권에서 기각·각하 시나리오 앞다퉈 제기
그러나 ‘근거’ 물으면 마은혁 임명 촉구 등 민주당 행태 언급
반면 민주당은 최근 “여당 비해 우리 헌재 정보 너무 없어” 토로
“헌재 파악 힘들다는 방증…평결 전 예상은 정황 바탕한 추정일 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지 95일째인 19일 서울 종로구 헌재 담장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헌재가 이번 주 안으로 결론을 선고하려면 늦어도 이날까지는 선고일을 정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지 95일째인 19일 서울 종로구 헌재 담장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헌재가 이번 주 안으로 결론을 선고하려면 늦어도 이날까지는 선고일을 정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좀체 잡히지 않으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결과에 대한 추측이 분분하다. 당초 ‘인용’ 예상이 지배적이던 상황에서 헌재의 막판 ‘이상 기류’에 야권보다는 여권에서 기각 또는 각하 시나리오를 집중적으로 제시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런 예상 대부분이 ‘정황’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어 실제 헌재 기류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는 누구도 확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헌재 재판관 8명이 각자의 결론을 모은 평결이 나와봐야 결론을 둘러싼 논란이 종결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헌재는 19일에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발표하지 않는 분위기다. 통상 국회와 대통령 대리인단에 선고 2~3일 전에 선고기일을 통지한 전례를 감안하면 선고기일이 다음 주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헌재가 별다른 설명 없이 최장기간 심의를 이어가자 국민의힘에서는 앞다퉈 기각, 각하 예상을 내놓고 있다. “진작에 나왔어야 할 선고기일이 잡히지 않는 것은 헌법재판관 사이에서 이견이 첨예하기 때문이다”, “6명의 재판관이 의견일치를 봤다면 바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인데 기각이나 각하 의견이 적어도 3표는 있다는 것이다”, “인용할 만큼의 재판관 숫자가 확보됐다면 (진보 성향인)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선고를 미룰 이유가 없다. 그 반대 상황이기 때문이다.” 등등이다.

법률가 출신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이런 예상을 내놓고 있는데, 헌재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 근거한 추정이 대부분이다. 국민의힘이 기각을 강하게 예상하는 또 하나의 배경은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 석방 이후 헌재의 선고를 재촉하는 동시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진보 성향인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하게 압박하는 행태야말로 헌재 상황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여야 모두 헌재 내부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면서도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 대행 몸조심’ 발언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이 뭔가 캐낸 게 있으니 나온 발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 역시 민주당의 최 대행 탄핵 추진에 대해 “헌재 결정이 본인들의 뜻에 맞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거꾸로 드러내는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 대표와 문 권한대행의 친분 등을 감안할 때 민주당이 헌재 사정에 더 밝을 것이라는 게 여권의 생각이다.

그런데 민주당 내부 기류는 이와는 정반대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법조 카르텔’이 구축돼 있는 국민의힘에 비해 당의 정보력이 너무 떨어진다는 답답함이 내부 회의에서 연일 거론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재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참석자들에게 자세한 정보를 구했지만, 만족할 만한 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오후 당 지도부 긴급 간담회에서도 선고 지연의 배경에 대한 분석이 있었지만, 주로 언론 보도와 ‘찌라시’ 등을 토대로 논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앞서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국민의힘은 법조 카르텔이 형성돼 있어서 정보가 있을 텐데, 우리는 사법부 정보력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 “당 소속 율사 출신 의원들이 윤 대통령 구속취소 즉시항고나 탄핵 선고일에 관해 내놓은 예측이 번번이 빗나갔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가 서로의 행태를 판단 근거로 삼는 건 그 만큼 헌재 내부 기류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라며 “선고가 늦어질수록 논란은 무성하겠지만 결국 지금 결론을 예단하는 모든 발언은 그저 추측성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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