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사투’ 경남은 한숨 돌리나
김해·울주 진화 막바지 수순
25일 새벽부터 강풍 잦아들자
특수소방대 대거 투입해 승부
산청·하동 돌풍에 상황 급변
울주 언양도 재차 소규모 산불
지난 주말부터 경남과 울산 곳곳에서 맹위를 떨쳤던 화마가 종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진화율이 90%를 넘긴 데다, 27일 비 예보가 있어 완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낮 12시께 발생한 울산 울주군 대운산 산불은 25일 낮 12시 기준 진화율 92%에 달했다. 전날에는 70%를 넘기지 못했지만, 산림 당국이 주불 진화를 위해 산불 전문 인력 180명으로 구성된 특별진화대를 투입한 점이 주효했다.
그러나 오후부터 거세진 바람에 진화율은 오전 5시 기준 98%보다 다시 낮아진 상태다. 전체 화선 16.5km 중 불을 꺼야 할 잔여 화선도 0.4km에서 1km로 늘었다. 산불영향구역은 465ha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바람과의 싸움이다. 주불이 있는 대운산이 굉장히 험하고 송전탑까지 있어 진화에 애로가 많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밤사이 바람이 잦아들어 현재 발효 중인 강풍주의보가 해제될 것으로 예상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산림당국은 장비 101대, 인력 2000여 명을 동원해 진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1일 경남 산청군에서 시작해 하동군까지 확산한 산불은 닷새 만에 진화율 최고치를 기록하며 완진을 목전에 뒀다. 그러나 25일 오후 다시 불어닥친 강풍으로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추가 대피령이 내려졌다. 산청군과 하동군은 이날 오후 13개 마을 주민 1200여 명에게 대피 문자를 발송했다. 설치된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도 불길을 피해 단성면 곶감판매장으로 옮길 예정이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산청·함양·거창에 강풍주의보를 발효했다.
산청·하동 산불은 전체 화선 55km 중 49.5km 진화 완료돼 남은 화선은 5.5km 정도로 파악된다. 헬기 32대가 동원돼 공중전을 펼치고 있으며, 진화 인력 1959명은 지상전에 투입됐다.
다행히 지난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한림면 야산에서 난 불은 25일 오전 9시를 기해 발생 나흘 만에 완전 진화됐다. 현재는 뒷불 감시 체제로 전환됐다. 김해시는 “이날부터 낮과 밤으로 나눠 인력 50명씩을 투입해 불씨가 살아나지 않도록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불로 예상되는 피해 면적은 97ha다.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에 헬기 확보가 어려워 진화에 난항을 겪었다. 한때 연기 확산으로 인근 주민들이 두 차례 마을회관으로 대피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25일 오전 11시 54분 울주군에서는 또다른 산불이 발생해 한숨 돌리는 울산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새로 산불이 발생한 곳은 대운산 산불 현장에서 북서쪽으로 21km가량 떨어진 지점이다.
산림 당국은 대운산 현장에 있던 헬기 15대 중 3대를 화장산으로 돌리고 인력 300명을 투입했다. 산림청은 이날 오후 2시 산불 1단계를 발령하고 송대리와 인근 울산양육원 등에 대피령을 내렸다. 오후 2시 30분 기준 진화율은 50%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