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육청, 자격상실 업체와 계약 강행 ‘논란’
초등학교 설계공모 당선된 업체
부적격 판정 받아 입찰제한 불구
7억 7800만 원 규모 수의계약
“법원 집행정지 가처분 받아 진행”
부산시교육청이 부산의 한 초등학교 증축 공사 설계 공모를 진행하며 공모 기간 중 입찰 부적격 판정을 받은 업체와 계약을 진행해 논란이 인다. 시교육청은 선정 업체가 부적격 판정을 받은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지만 계약을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이 이후 다른 학교 공사 입찰에서는 공모 기준을 변경해 부적격 업체에 사실상의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23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지난해 10월 2일 ‘A 초등학교 교사 증축 건축설계공모’(이하 건축설계공모)를 실시했다. 공모안 심사 결과 B 업체가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됐고, 부산 남부교육지원청은 지난달 12일 B 업체와 7억 7800만 원 규모의 설계용역을 수의계약했다. 건축설계공모는 설계 아이디어와 창의성, 기술력 등을 평가해 우수한 설계안을 선정하는 공모다.
설계 공모안 제출 등 공모 과정은 시교육청을 통해 진행되는데, 시교육청이 선정한 B 업체가 공모안 제출 기일을 앞두고 행정제재로 입찰 자격을 사실상 상실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B 업체는 지난해 11월 25일부터 6개월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의 용역 계약에서 불법 하도급 사유로 부정당업체로 지정돼 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됐다.
시교육청 등 공공기관의 공모 입찰 기준을 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에 따르면, 부정당업체로 입찰 제한을 받으면 제한 기간 동안 모든 종류의 공공 입찰에 참가할 수 없다. 시교육청이 관련 법을 따르지 않는 입찰 기준으로 부정당업체를 사실상 잡아내지 못한 셈이다.
시교육청은 A 초등학교 공모 공고 상의 ‘공고일(10월 2일) 기준으로 결격 여부를 판단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B 업체가 입찰 자격이 없음에도 계약을 진행했는데, 건축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고일 기준 조항이 통상적인 입찰에서는 보기 힘든 기준이라고 지적한다. 시교육청은 이 공모 이후 다른 공모에서는 공고일 기준으로 업체의 결격 여부를 판단한다고 명시했던 문구를 ‘공고일부터 작품제출일까지’로 변경했다.
시교육청이 B 업체가 부정당업체로 지정받은 사실을 인지한 정황도 입찰 전반의 불공정에 대한 의혹을 키운다. 남부교육지원청이 지난 1월 B 업체의 입찰 결격 사유를 인지했지만 B 업체에 대한 계약 취소 등의 제재는 없었다. 이후 B 업체는 법원에 입찰 제한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고, 시교육청은 지난달 12일 B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부산의 한 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계약 진행 중간 과정에서 결격이 확인됐고, 이에 대한 진정 민원도 제기했지만 시교육청은 이를 묵인하고 계약을 강행했다”며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이 법원의 최종 판단이 아닌 만큼 결론적으로 시교육청은 부정당업체를 봐주기 했고, 이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남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공모 과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사실을 인지하고 계약 관련 사항을 검토했지만, B 업체에서 최종 계약 배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 법원에서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려 계약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