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경선’ 띄우는 국민의힘… ‘어대명’ 민주당과 차별화
황우여 선관위원장 임명…조기 대선 준비
1대1·다자 토론 앞세워 흥행 꾀해
최종 후보는 ‘당원 50%·국민 50%’ 유력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관리할 선거관리위원장에 선임된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조기 대선 정국에 진입한 국민의힘이 경선 흥행 전략으로 ‘입심 경선’을 전면에 내세웠다. 후보 간 난상 토론과 1대1 끝장 토론을 중심에 둔 경선 전략이다. 이재명 대표 체제로 굳어진 더불어민주당의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구도와 선명한 차별화를 통해 대선 판세를 흔들겠다는 계산이다.
국민의힘은 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5선 의원 출신의 황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지냈고, 지난해 총선 패배 이후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수습한 바 있다.
이번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말의 전쟁’이 될 전망이다. 입심 좋은 후보들의 토론 경쟁을 전면에 세워 흥행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당은 1대1 맞토론과 다자 토론을 포함한 경선 룰을 도입하고, 두 차례 이상의 예비경선(컷오프)과 그 사이 난상 토론을 배치하는 압축형 경선을 검토 중이다. 일정이 빠듯한 만큼 최종 후보는 ‘당원 50%·일반 국민 50%’의 기존 룰로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현재 거론되는 후보 다수가 토론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입식 격투기’식 토론 경선이 후보 검증은 물론 흥행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 같은 판단의 배경에는 민주당과의 구도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중심의 ‘어대명’ 체제가 사실상 굳어진 반면, 국민의힘은 전·현직 장관, 광역단체장, 중진 의원 등 후보군만 10명이 넘는다. 민주당과 달리 뚜렷한 후보를 내세우지 못한 상황에서, 다양한 후보들의 토론을 볼거리로 만들어 경선 자체를 흥행 콘텐츠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경선이 한 달 안에 빠듯하게 진행돼야 하는 상황이라 10여 명의 주자들이 자기 주장을 충분히 펼 시간을 갖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각 주자들의 경쟁력을 짧은 시간에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형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당 경선도 ‘미스트롯’ 형식을 모방해 ‘미스터 프레지던트’라는 제목으로 전국을 순회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출마가 거론되는 인물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다. 국민의힘은 이들의 토론을 자체 스튜디오에서 실시간 중계하고, 주요 장면은 숏폼 콘텐츠로 가공해 온라인 유통까지 고려 중이다. 경선 무대를 마치 ‘정치 예능’처럼 콘텐츠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보수 내부보다 중도층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보수도, 국민의힘도 궤멸의 위기다. 여론조사에서 보듯 대선 운동장은 이미 기울어져 있다”며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을 제안했다. 그러나 황우여 선관위원장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경선 룰을 고치는 게 실익이 없다고 본다”며 현행 ‘당원 50%·일반 국민 50%’ 방식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토론으로 흥행을 끌어올린다 해도, 본선 티켓을 쥐는 최종 선택은 ‘당심’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관측된다.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와 당 전통 지지층이 선호하는 주자가 본선 티켓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낙점’도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