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인에게 불상 시주금 1500만 원 받은 사찰 포교원 수사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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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사찰 운영 포교원서
가족 건강 거론하며 불상 강매 주장
사찰 “이미 불상 모셔 환불 어려워"

6일 부산 사상구 한 사찰 대웅전에 모셔진 1500만 원 상당의 불상. 김동우 기자 friend@ 6일 부산 사상구 한 사찰 대웅전에 모셔진 1500만 원 상당의 불상. 김동우 기자 friend@

부산의 한 사찰이 신도를 모으기 위해 운영하는 포교원에서 1500만 원을 주고 불상을 구입한 70대 노인과 가족이 사기 혐의로 사찰 관계자를 고소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불상을 사지 않으면 가족들이 큰 화를 입는다”는 관계자의 말에 겁이 난 노인이 어쩔 수 없이 큰돈을 건넸다는 것인데, 포교원 측은 강요나 협박은 없었고 자발적으로 샀기 때문에 돈을 돌려줄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70대 여성 A 씨와 A 씨의 가족이 부산의 한 포교원 관계자를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포교원은 사찰에서 신도를 모집하기 위해 도심 내 상가 등에 차리는 시설이다. 사찰에서 임명된 법사가 방문객들에게 불교 교리를 설명하고, 가족 등의 건강을 기원하기 위해 사찰에 불상을 모시는 시주도 접수한다.

A 씨는 지난해 6월 포교원에서 1500만 원을 내고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하기 위해 불상을 구입했다. 불상은 높이 약 30cm의 ‘아미타 대불’로 A 씨와 가족 등 5명의 이름이 적힌 채 포교원을 운영하는 부산의 한 사찰 대웅전에 모셔졌고, A 씨에게는 그에 대한 증서가 지급됐다. A 씨 가족에 따르면 A 씨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이전부터 여러 차례 화장지 등 사은품을 받기 위해 포교원을 찾았고, 그곳에서 또래 노인들과도 어울렸다.

A 씨의 가족은 포교원이 사은품 등으로 A 씨의 환심을 산 뒤 고가의 불상을 사실상 강매했다고 주장한다. A 씨 가족에 따르면 이 포교원의 법사 B 씨는 평소 자식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A 씨에게 “자식들이 건강에 큰 화를 입을 운명”이라며 “이를 막으려면 절에 불상을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A 씨 가족은 A 씨가 평소 치매와 우울증을 앓고 있어 정상적인 사리 분별이 어려운데, 포교원 측이 이를 노려 A 씨가 불상을 사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A 씨 가족은 포교원 측이 불상 대금을 받는 방식에도 감시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A 씨는 불상 대금으로 현금인출기에서 1000만 원을 뽑아 포교원에 지급했고, 나머지 500만 원은 카드로 결제했다. A 씨 가족은 포교원 측에서 A 씨가 현금을 찾을 때 은행 직원의 의심을 사거나 가족에게 연락하지 못하도록 감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A 씨 가족과 포교원 운영 사무를 보는 관리자 C 씨 등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포교원을 운영하는 사찰 측은 A 씨가 자발적으로 불상을 구입했고, 이를 사찰에 모시기 위한 축원 의식 등이 실제로 이뤄졌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모셔진 불상에 지급된 시주금을 환불해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다. 포교원을 관리하는 C 씨는 “A 씨는 치매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활발하고 총기가 있었다”며 “A 씨가 가족의 건강이 걱정된다는 말에 어떠한 강요나 직원들의 감시 없이 불상 구입을 안내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포교원을 운영하는 사찰의 주지 스님도 “실제 강요가 있었다면 문제지만 아직은 돈을 돌려받으려는 A 씨 가족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보고 있다”며 “평소에도 포교원 관계자들에게 시주금을 모으기 위해 절대 과격한 언행을 하지 말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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