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트럼프 조롱 밈
밈(meme)은 문화적 행동이나 지식이 복제돼 널리 퍼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동영상, 사진, 음성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며, 때로는 유머를 위해 글과 사진이 결합하기도 한다. 남을 비웃거나 깔보는 행위를 말하는 조롱(嘲弄)은 주로 약자들이 권력자들의 부정하고 폭압적인 권력 행사에 맞서는 도구로 사용돼 왔다. 대상에 대해 날카롭고도 직접적인 공격을 웃음의 형태로 전파해 종종 그 힘을 증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극 인근의 외딴섬인 허드 맥도널드 제도까지 10%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것을 두고 이를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밈이 최근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들 밈의 특징은 펭귄을 앞세웠다는 점이다. 허드 맥도널드 제도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 지역으로, 호주 서부 해안도시 퍼스에서 남서쪽으로 3200㎞나 떨어져 있으며 사람이 살지 않고 주로 펭귄이 서식하는 곳이다. 이에 소셜미디어에는 이곳 ‘주민’인 펭귄을 전면에 내세워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조롱한다.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백악관에서 펭귄을 앉혀 놓고 손사래를 치는 사진과 함께 “펭귄은 정장을 입었는데, 허드 맥도널드 제도에 대한 관세를 피하지 못했다. 아마 고맙다고 하지 않아서?”라는 조롱이 담긴 게시물이 확산됐다. 이는 지난 2월 밴스 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모른다고 비난했던 사건을 비꼰다. 펭귄들이 ‘관세 반대’ 팻말을 들고 시위하거나, 트럼프가 “관세를 내라”고 소리치자 펭귄이 “우리는 사업을 다른 곳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맞받아치는 이미지도 유행한다. 이와 함께 미국 전역에서는 반(反) 트럼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에만 해도 1300여 개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들이 외친 구호는 ‘핸즈 오프’(Hands Off, 손을 떼라)였다. 핸즈 오프가 오프라인상에서 트럼프 정책을 비판한다면, 인터넷상에서는 ‘펭귄 밈’이 트럼프 정책을 조롱하는 셈이다.
밈의 강력한 특징은 확장성이다. 파급력과 전파력이 엄청나다. “군주는 모름지기 경멸당하고 미움받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마키아벨리 군주론에 나오는 말이다. 국가 지도자가 조롱이나 경멸의 대상으로 추락할 때 정상적인 국가 운영은 어렵다. 조롱받는 권력은 죽은 권력이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막무가내로 힘을 휘두르는데 이를 막을 사람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 조롱 밈이 트럼프의 일방주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달아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