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연의 도시 공감] 어느 4년 차 청년 창업가의 고민
(주)로컬바이로컬 대표
로컬크리에이터 사업 진입장벽 높아
창업기업 10개 중 6개 5년 내 폐업
정보 통합 제공·네트워크 구축 절실
열정적 예비 사업가 지원책 다양화해야
부산에서 활동 중인 청년 창업가를 최근 만났다. 창업 4년 차인 그는 지역에서 소형 선박을 건조하면서 공간 운영, 가구 제작, 체험 프로그램 등도 함께 하고 있다.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이 줄어 국가가 지원하는 공모사업 5개 정도를 신청했다고 한다. 몇몇 사업들은 떨어졌고 1차를 통과한 사업의 최종 통과를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사업 자금이 부족한 초기 창업자들의 대부분은 매년 지원 사업 공모에 도전한다. 선정되면 지원금을 활용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데다 사업화를 위한 실험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양한 정부 지원 사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공개되고, 발표되는 시기가 바로 4월이다.
사실 기술기반이 아닌 이상 지역에서 창업하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5년 전 시작된 로컬크리에이터 사업이 지역 소규모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유일한 사업일 것이다. 이 사업은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는 슬로건으로 시작됐다. 지역 고유의 특성과 자원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접목,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업이다. 로컬크리에이터는 비즈니스의 초점을 지역가치, 로컬푸드, 지역기반, 지역특화 관광, 거점 브랜드, 디지털 문화체험, 자연 친화 활동으로 구분해 창업 지원 신청을 받는다. 올해 영남권만 하더라고 약 29개 사를 선정하는 사업에 약 940개 사가 지원했다고 한다. 경쟁률은 약 32.4 대 1 정도이다.
청년 창업가는 이미 지역에서 이름난 기업들이 선정된 것 같다면서 초기 창업자인 자신처럼 경력이 적고 매출 규모가 크지 않는 지원자들에겐 진입장벽이 더 높아진 것 같다고 한다. 그는 이어 소상공인 대출을 알아보니 AI(인공지능)가 접목된 사업이 아닌 이상 직원 포함 5명이 한 해를 버틸 수 있을 만큼의 자금을 확보하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청년 창업가는 지역 활동기반사업을 지속할 것인지, 기술 기반으로 재창업을 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면서 재취업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렇듯 초기 창업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만 현실적인 벽이 높다보니 ‘2023년 창업기업 5년차 폐업률’은 66.2%에 달했다. 10개 업체 중 6개가 창업 5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셈이다. OECD 평균 폐업률이 54.6%인 것을 감안할 때 한국의 폐업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지역에서는 다수의 창업자들이 배출된다. 최근 부산기술창업투자원이 개소함에 따라 지역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보육과 컨설팅, 투자를 패키지로 묶어 지원하는 활동도 시작됐다. 이번 ‘2025년 부산창업패키지지원사업’도 예비, 초기, 도약 3단계로 구분하여 창업 맞춤 지원을 실시한다. 120개의 창업기업을 지원한다고 한다. 초기 창업자의 경쟁률이 7.6 대 1 이라고 하니 부산에 기술 기반 창업기업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외 예비 창업자를 위한 신창업사관학교에서는 매년 40명 이상의 창업자가 배출된다. 청년창업사관학교, 강한소상공인, 관광벤처기업 등까지 포함한다면 지역 내 창업기업 수는 더 많아진다. 그리고 창업기업 중에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혁신 스타트업도 있지만 대부분은 브랜드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창업 이후 5년 이상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조치들이 절실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정보 제공과 네트워크 구축이다. 창업자들의 대부분은 일과 지원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다보니 사업 안정화를 위한 정보가 필요하다. 이들이 손쉽게 정보를 구할 수 있도록 정보체계화가 필요하다. 공모사업뿐만 아니라 마케팅, 디자인 전반에 대한 통합 서비스센터 기능도 강화되었으면 한다. 현재도 관심만 가지면 각 기관 홈페이지 등에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나, 업무에 쫓기는 창업자들은 정보를 찾는 시간조차도 내기 힘들다. 따라서 시기, 서비스 등의 유형별 키워드 검색으로 정보를 쉽게 찾았으면 한다. 네크워크 구축도 강화해야 한다. 1년에 2회 정도라도 각 기관의 실무자들과 창업자들이 함께 만나 정보를 교류할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창업자들은 인적 교류와 정보 교류를 한층 손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모 대학 창업학과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20대의 청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강의실에 들어섰지만 생애 전환을 위해 다시 배움의 길을 선택한 만학도가 적지 않았다. 서로의 창업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질의응답까지 끝내니 2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수업을 마치고도 유망 직종과 사업계획서 작성법 등을 묻는 학생들이 많았다. 지역에는 창업을 꿈꾸며 열정적으로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들이 많다. 부산이 세대를 아우르는 창업의 도시로 자리매김하려면 이들을 위한 한층 다양한 지원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