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냐, 동물학대냐…경남 ‘소싸움’ 동상이몽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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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부터 즐겨온 우리나라 민속놀이
1년 새 관람객 10% 감소. 아예 소멸 위기
도박·유흥 목적 동물 싸움 금지 소는 제외
“가학적 훈련, 인위적 싸움 붙이는 학대”
“국내외 인정 우리 전통, 계승·보존돼야”

지난해 경남도내 한 지자체에서 연 소싸움 대회 모습. 경남도 제공 지난해 경남도내 한 지자체에서 연 소싸움 대회 모습. 경남도 제공

조선시대 때부터 이어져 온 우리나라 민속놀이 ‘소싸움’이 동물 학대 논란으로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전국 최다 소싸움 행사 개최지인 경남에서도 전통문화를 계승해야 한다는 의견과 동물끼리 싸움을 부추기는 일 자체가 근절돼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13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제21회 창녕 전국 민속소힘겨루기대회’가 열린다. 진주에서는 매주 소 힘겨루기(소싸움) 상설 대회를 치르고 있었지만 전국 곳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잠정 중단, 이달 중 다시 대회를 재개할 계획이다.

올해 도내에서 전국 소 힘겨루기대회는 창녕과 진주를 포함해 창원·의령 등 4개 시군에서 개최된다. 과거 김해·함안에서도 전국 대회가 열렸으나 2023년 이후 행사가 중단됐다. 관람객 자연 감소 등을 고려한 지자체의 판단이라지만 동물 학대 논란을 의식했다는 게 중론이다.

소싸움은 1800년대부터 우리 민족이 즐겨온 민속놀이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정확한 시초에 대한 명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에 의해 소싸움 명맥이 끊어졌다가 1970년대 진주와 의령에서 전국 대회 추진하면서 영남권을 중심으로 부활한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전통 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싸움 대회를 열 수 있는 지역은 전국에 총 11곳뿐이다. 이 중 6곳이 경남에 있다. 경남도는 전국 대회 시 각 지자체에 1000~1500만 원을 지원한다. 대부분은 시군 예산으로 행사비 부족분을 충당한다. 대회당 적게는 1억 원에서, 많게는 3억 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특히 진주와 의령은 전국 대회를 포함해 연중 상시 대회도 열고 있어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경남도내 한 지자체에서 연 소싸움 대회 모습. 경남도 제공 지난해 경남도내 한 지자체에서 연 소싸움 대회 모습. 경남도 제공

그러나 소싸움 관람객은 줄어드는 추세다. 2023년 기준 창원·진주·의령·창녕에서 열린 전국 대회 관람 인원은 총 5만여 명이었으나 지난해 4만 4600명으로, 약 10.8%가 감소했다. 도 관계자는 “옛날 문화이다 보니 주로 연로하신 분들이 (소싸움)경기를 관람하러 오시고 젊은 사람들은 흥미나 관심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결국 갈수록 쇠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싸움은 관람객 감소보다 동물 학대 논란이 선결과제다. 최근 들어 동물 보호에 대한 사회 인식이 변화하면서 소싸움 경기를 놓고 동물 학대 논란 인다. 개싸움·닭싸움 등과 달리 소싸움만 법적 예외를 적용받고 있어서다. 동물보호법상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을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단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민속경기 등은 제외된다. 농식품부는 2013년 소싸움을 민속경기로 명문화했다.

이에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소싸움은 명백한 동물 학대라며 즉각 중단할 것으로 요구한다. 동물보호단체 ‘리본’ 정서연 공동대표는 “소싸움은 전통이라는 핑계로 동물을 학대하는 일이다. 소가 싸우기 위해 가학적인 훈련을 받고 인위적인 상황에 투입돼 서로 다치게 게 학대가 아니면 뭐냐”면서 “적발되지 않았을 뿐이지 소싸움을 통한 도박도 만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잘못된 문화는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남도내 한 지자체에서 연 소싸움 대회 모습. 경남도 제공 지난해 경남도내 한 지자체에서 연 소싸움 대회 모습. 경남도 제공

반면 소 힘겨루기협회는 동물권에서 학대라 단정하면서 전통문화를 헐뜯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국 소 힘겨루기협회 박성근 총괄본부장은 “소 힘겨루기는 외국 문물을 받은 투견·투계와는 달리 선조 때부터 이어진 전통이다. 프랑스 루브로박물관에도 소싸움을 대한민국 전통문화로 소개한다”며 “동물 단체는 마사회처럼 힘 있는 곳엔 목소리를 못 내고 축산업계만 콕 집어 공격한다. 계승자가 없어 사라질 수도 있는 전통을 보존하긴커녕 없애라고 하는 게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협회 주로도 소싸움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가 추진됐다. 그러나 동물 단체의 반대에 부딪히자, 국가유산청은 올 초 ‘인류 보편 가치 등’을 고려해 기초 학술조사 후 지정조사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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