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관세·방위비 패키지 압박 피해 줄일 최적 방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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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전쟁 전 세계 충격 속 각자도생
대미 협상 경제·안보 윈윈 모색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 세계 대상 상호관세가 한국시간으로 9일 오후 1시 기준으로 발효되자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관세 발효시간전에 수출입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분주히 진행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 세계 대상 상호관세가 한국시간으로 9일 오후 1시 기준으로 발효되자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관세 발효시간전에 수출입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분주히 진행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고율 상호관세를 앞세운 미국발 통상 전쟁이 9일 시작되면서 전 세계는 충격 속에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이날 한국 주식시장은 25% 관세에 따른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 우려에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환율은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부산항에서는 고관세를 우려한 선적 취소와 협상 타결을 기대하는 대기 전환 물량이 겹치며 큰 혼란을 겪었다. 관세 폭탄의 충격파는 전 세계적이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앞다퉈 미국에 협상을 요청하고 있다. 베트남은 46% 상호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대미 0% 관세’라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내놓았다. 대통령이 탄핵되어 궐위 상태일지라도 한국이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는 의미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통상·경제·안보 현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가 끝난 뒤 SNS에 올린 글에서 한국과의 협상에 대해 “원스톱 쇼핑”이라고 대문자로 강조하면서 “상황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통상 협상을 요청한 70개 국 중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긴밀한 동맹이자 교역 파트너 중 한국, 일본과 우선 협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과 같은 상황 진전으로 대미 협상의 윤곽을 짐작해 보면 한미 협상은 조만간 통상과 안보를 연계한 패키지 딜의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이 동맹과 우선 협상한다는 대목에서 협상의 지렛대를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한국 조선업에 협조를 요구한 바가 있고, 알래스카의 LNG 개발에도 한국 자본과 기술력이 절실한 상태다. 관세를 때려 서로 피 흘리는 대신 동맹끼리 윈윈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이라는 점은 미국이 더 잘 알고 있다. 문제는 방위비다. 전 정부와 1조 5000억 원(10억 달러) 선에서 2026년 분 협상까지 끝냈는데 이를 파기하겠다고 나설 경우다. 따라서 한미 협상은 겉으로는 관세 협상에 주력하는 모양새이겠지만 내용적으로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한국의 방위력 강화를 주고받는 형식이 될 수도 있는 점에 대비해야 한다.

일본은 24% 관세를 ‘국난’으로 규정하고 범정부 대책본부를 설치했다. 내수 시장이 큰 일본이 ‘국난’의 경종을 울리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수출에 국가 경제를 의존하는 한국도 국가의 흥망이 걸렸다는 긴장감과 각오가 필요하다. 부산상의가 부산의 수출 기업 상위 177곳을 조사한 결과, 관세 대비책이 없는 비율은 39%에 달했다. 수출 감소와 경기 위축, 일자리 축소의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자동차, 철강 등 관세 폭탄의 직격탄을 받을 산업 분야에 대한 지원책은 당장 시급하다. 근원적인 해결책은 관세 폭탄의 사정거리를 벗어나는 것이다. 국익을 지킬 최적의 대미 협상 카드를 만드는 데 국력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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