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산불과 안동… 부산의 '상생' 마케팅
김윤경 영산대 호텔관광학과 교수
지난해 12월부터 대한민국은 급격한 혼란에 빠졌다. 온 나라가 두 동강이 난 느낌이랄까? 갑작스러운 계엄과 곧이어 이어진 대통령 탄핵, 양극화한 지지자들의 아우성으로 온 나라가 들썩거렸다. 하늘이 노하셨는지 대한민국의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였던 경상북도 안동에 화마가 덮치며 그 아우성을 잠재워 버렸다.
지난달까지 관광 데이터들을 살펴보면 코로나19의 여파를 거의 모두 극복하고 예년 대비 40~50%를 뛰어넘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경기 침체의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국내 관광시장만큼은 인바운드 외국인들의 증가 추세가 지속되면서 그래도 봄날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고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불확실한 이 상태에서 외국인 방문객으로 유지되고 있는 관광 봄날이 계속될 수 있을는지는 미지수다. 두 달 후에도 혼란이 수습되지 않는다면 관광산업 역시 외국인들의 방문이 줄어들며 적신호가 켜질지도 모르겠다.
화마가 할퀸 안동의 처참한 현실
국내 관광산업 위기와 닮은 모습
그래도 재건 희망의 싹은 피어나
경상권 친구 도시인 부산 역할론
웰니스 관광 확장해 도움 나서야
신체·정신 치유 프로그램 만들길
지난주 역대급 산불 피해 현장의 하나인 안동을 방문하면서도 직업병처럼 국내 관광산업과 안동에 대한 걱정이 이어졌다. 코로나19의 폭풍을 견디고 일어선 관광산업이 계엄과 탄핵의 생채기 속에서 위기를 맞았듯이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유산이 즐비한 안동도 화마의 생채기로 위기를 맞는 건 아닐까.
필자는 몇 년 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했던 하회마을과 퇴계 이황 선생이 후학을 양성했던 도산서원, 도산서원과 함께 유네스코에 등재된 병산서원 등이 유명한 관광명소로 안동을 기억하고 있다. 지난달에 이 서원들을 좀 자세히 볼 기회가 있어서 기억이 생생한데 화마가 할퀴고 간 이후에 다시 안동을 방문해야 할 일이 생겼다. 지난달 함께 도산서원을 거닐었던 수녀님과 여름이 오기 전에 두봉 주교님을 만나 뵈러 가자는 무언의 약속을 남긴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만 주교님께서 뇌경색으로 돌아가신 것이었다.
두봉 주교님의 장례식장 방문을 위해 찾은 안동의 화재피해 실상은 뉴스에서만 보던 것보다 처참했다. 군위를 지나면서부터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예사롭지 않았다. 보통의 4월이면 연둣빛이 초록초록하게 빛나야 할 산들은 온통 검은색과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나마 남아있는 나무들도 잎새 색깔까지 초록이 지쳐버린 빛깔이 역력한 채 기둥도 검게 그을음으로 감싸져 있는 암울한 풍경이 남안동 톨게이트를 들어설 때까지 계속됐다. 요금소를 빠져나가자 여기저기 불타버린 건물, 아예 전소돼 폭삭 내려앉은 건물들이 여기저기서 보이기 시작했다. 창문을 여니 과민한 반응일지 모르나 아직도 탄내가 나는 것 같았다.
96세라는 노령의 나이에도 의성에서 농사일을 하시며 건강하게 신자들을 돌보셨던 두봉 주교님도 이 화마로 인한 충격 때문에 뇌경색이 와서 돌아가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두봉 주교님은 71년간 한국을 위해 일하셨는데 1969년부터는 초대 안동교구장으로서 안동교구의 농민들과 함께 남은 평생을 보내셨던 분이었기 때문이다. 외지인인 필자가 보기에도 이 참담한 현장을, 그 불타오르던 장면을 직접 목격하셨을 르네 뒤퐁 주교님. 두봉이라는 한국인 이름을 더 사랑하셨던 두봉 주교님 마음은 어떠셨을까? 이미 잔재만 남아있는 흔적만으로도 화재 당시 정말 생지옥이었을 것 같은 장면이 자동으로 상상될 만큼이었으니 안동을 누구보다 사랑하셨던 주교님의 마음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을 것이리라 짐작됐다.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불현듯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건이 기억났다. 폭발 사건 이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후쿠시마의 너무나 달라졌던 풍경은 지금 안동의 모습과 너무나 비슷했다. 그런 절망 속에서도 후쿠시마에서는 블랙 투어리즘을 기반으로 도시 재건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었다. 국내 대표적 보물을 간직한 도시 안동. 가덕 신공항이 들어서게 되면 부산, 경주, 안동으로 이어지는 경상권 관광의 보고가 될 안동도 화마의 아픈 기억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것이라 확신한다. 두봉 주교님의 장례식장에서 끊이지 않았던 방문객들의 발길을 보며 주교님은 끝까지 안동을 위해 선물을 남기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에서 아름다운 안동 재건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부산도 경상권 친구 도시로 안동 재건을 도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웰니스 관광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산은 그 의미를 새롭게 다듬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회 가치를 실현하는 마케팅, 공존을 위한 상생 가치를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안동을 도와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 좀 해보면 좋을 듯하다. 신체적 치유와 함께 정신적인 치유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만들기를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