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2+2 통상협의 본격화 속도 아닌 실리가 중요하다
다급한 미국, 관세·방위비 빠른 타결 원해
당장의 성과 아닌 장기적 국익 고려해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발 ‘관세 전쟁’이 시작된 가운데 한미 재무·통상 장관이 참여하는 ‘2+2’ 고위급 통상협의가 현지 시간으로 오는 24~25일 워싱턴 DC에서 열릴 예정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무역정책 책임자인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와 만나 관세 등 양국 현안을 다룰 예정이다. 이번 협의에 통상수장까지 포함시킨 것은 ‘무역 이슈’까지 서둘러 처리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속도가 아니라 실리가 중요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쇼핑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통상과 안보 문제를 분리한다는 ‘투 트랙’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통화에서도 ‘원스톱 쇼핑’ 등 자신들의 입장 관철을 요구했다. 중국의 강경한 맞대응, 관세 정책으로 인한 미국 국채 투매와 증시 급락, 물가 상승, 연일 거세지는 반 트럼프 시위 등 여러 악재에 직면한 미국은 하루가 급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호주·인도 등을 최우선 협상 대상국으로 잡은 것도 성과 확보에 목 맨 미국의 다급함을 드러낸다.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경제재생상에게 미군 주둔비 분담을 직접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번 한미 통상협의에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있다. 실제로 지난달 12일 미국이 철강 153개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같은 달 관련 제품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6% 감소했다. 관세가 수출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높다.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국은행은 1분기 성장률이 전망치인 0.2%를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고 최근 밝혔다.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한 것도 우리 경제가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협의는 국익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우려가 높다.
6월 3일 대선으로 다음 대통령이 결정된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현 정부가 할 일은 도장을 찍는 일이 아니다. 당장의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 관점의 국익이 중요하다. 현재 할 일은 협의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대내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빠른 협의를 원하는 미국에 휘둘리는 것은 국익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시범 케이스로 삼으려는 미국의 속내를 잘 간파해 신중한 자세로 협의에 임해야 한다.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정치권도 초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일본의 협상 상황도 잘 살펴야 한다. K조선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문제 등을 지렛대로 삼아 최선의 협상 카드를 만들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