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소외된 자와 함께한 프란치스코 교황
트럼프 등 전 세계 지도자 운집
성 베드로 대성전 장례 미사 후
산타 마리아 마제로 대성전 안치
난민·트랜스젠더 등 마지막 배웅
26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교황의 관이 운구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성 베드로 광장에 운집한 군중들. AP연합뉴스
‘빈자들의 성자’로 오랫동안 기억될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이 전 세계의 애도 속에 엄수됐다. 재임 기간 소외된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품었던 교황답게 마지막도 그랬다.
■바티칸 외부에 묻힌 교황
부활절 다음날인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26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렸다. 십자가 문양이 새겨진 목관을 성 베드로 성전에서 야외 제단으로 운구한 뒤 장례 미사는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의 강론으로 시작됐다. 성찬 전례에 이어 관에 성수를 뿌리고 분향하는 고별 의식이 이어졌다.
교황청에 따르면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에는 20만 명이 운집했다. 지난 23일부터 사흘 동안 진행된 일반 조문에는 약 25만 명이 찾았다.
모든 장례 절차가 끝나자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산타 마리아 마제로 대성전까지 운구 행렬이 이어졌다. 장례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신자들은 이때 마지막 작별을 나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부분의 전임 교황이 묻힌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 대신, 평소에 즐겨 찾던 로마 테르미니 기차역 인근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묻혔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에 묻히는 건 1903년 로마 라테라노 대성전을 택한 레오 13세 이후 122년 만이다.
교황의 운구 행렬은 로마 콜로세움을 지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도착했다. 이 대성전 앞에서 난민과 수감자, 노숙인, 트랜스젠더 등 소수자 40여 명이 참석해 교황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언에 따라 교황청이 특별히 초청한 이들이다.
■전 세계 지도자 50여 명 참석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국가원수 약 50명과 군주 약 10명을 포함해 130여 개국 대표단이 참석했다. 가톨릭 신자인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도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에서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합동 조문사절단이 참석했다. 오현주 주교황청 한국대사, 안재홍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장이 동행했다.
한편,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 회의)는 이르면 다음 달 6일 시작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교황 선종 이후 9일간의 애도 기간인 ‘노벤디알리’가 다음 달 4일 끝나고 교황 선종 이후 15~20일 사이 콘클라베를 개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투표권은 만 80세 미만 추기경 135명에게 있다. 선거에 참여하는 추기경 135명 중 110여 명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해, 다음 교황도 프란치스코 교황만큼 개혁적인 성향의 교황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던 프란치스코 교황에 반기를 든 보수적인 성향의 교황이 뽑힐 거라는 예상도 있다. 3분의 2가 동의하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투표는 몇 일이고 이어진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