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작음악을 세계로…" 원로 작곡가 신영순 악보집 발간
부산에서 공연한 '일어나라 함께 가자', '어화둥둥' 악보집 내놓아
"성경 '시편'을 한국적으로 작곡…88세까지 150편 완성" 대장정
신영순 교수가 부산 해운대의 작업실에서 최근 발간한 악보집을 살펴보고 있다. 박석호 기자
한국 창작음악 세계화에 힘써온 원로 작곡가 신영순 ICS신학대학원 교수가 악보집 ‘어화둥둥’과 ‘일어나라 함께 가자’를 발간했다.
신 교수는 1947년생으로 올해 78세이다. 부산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약사의 길을 걷다 늦깎이로 음악을 전공해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이탈리아 로마아카데미아에서 지휘학을, 오스트리아 모짜르테움에서 작곡가 과정을 마쳤고, 영남대 대학원에서는 국악학 석사 학위를 따낸 음악계의 ‘멀티 플레이어’다.
신 교수는 본격적인 작곡가의 길을 걸으면서 우리의 정서를 세계 보편적인 서양 악기로 담아내는 ‘한국 음악의 세계화’에 온 힘을 쏟아왔다. 우리의 정서가 담긴 음악을 독창, 합창, 실내악, 관현악 등 다양한 형태로 작곡해 국내외에서 연주회를 개최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문화축전에서 ‘허황후’ 공연에서 연주된 33곡을 작곡해 무대에 올렸다. 한국 음악의 세계화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민국 작곡상, 동아콩쿠르작곡상, 부산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남편(작고)과 함께 동래구 온천동에 세계적 수준의 연주공간인 ‘글로빌아트홀’을 건립해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극동방송에서 ‘신영순의 샤론의 꽃’을 진행하면서, 기독교복음방송 굿티비(Good TV)에서 예술 총감독으로 지휘봉을 잡고 있다.
신 교수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찬송가 581장 ‘주 하나님 이 나라를 지켜주시고’는 “나라가 있어야 믿음도 지킬 수 있다”는 애국정신이 담긴 작품으로 외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오랫동안 기획한 ‘대한민국 창작음악 세계화 프로젝트 2024’가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실내악 연주회 ‘어화둥둥’, 합창과 관혁악 축제 ‘일어나자 함께 가자’가 각각 6월과 10월에 열렸다. 이번에 발간한 악보집은 당시 연주회에 실린 곡들을 집대성한 것이다.
신 교수에게는 작곡가로서 마지막 소명이 남아있다. 바로 성경 ‘시편’(Psalm) 150편 전편을 한국의 정서가 담긴 음악으로 창작하는 일이다. 신 교수는 지금까지 시편 50편을 작곡해 발표했고, 올해 10편을 작업하고 있다.
신 교수는 “제 나이 88세가 되는 2035년까지 매년 10편씩, 방대한 시편 전편의 창작 작업을 마무리해 우리의 정서가 녹아있는 이른바 ‘K-시편’을 새로운 음악 장르로 내놓는데 마지막 인생을 올인할 것”이라고 일념을 불태웠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