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출격에 ‘동상이몽’ 커지는 보수 빅텐트
한동훈 “경선을 예선 취급 말아야” 비판
김문수 캠프도 단일화 두고 ‘신중론’
단일화 방식·시기 두고 갈등 불가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마친 뒤 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본격 행보에 나서자, 국민의힘 내부에서 단일화 논의를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김문수·한동훈 두 대선 경선 후보는 단일화 방식 등을 두고 한 대행을 견제하고 나섰고, 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른바 ‘빅텐트’ 구상을 두고 경선 국면부터 물밑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도전한 한동훈 후보는 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최근 정치권에서 언급되는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 국민의힘은 보수의 중심이고, 보수의 중심인 국민의힘이 치열한 대선 경선을 벌이고 있다. 지금은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며 “77만 당원이 집중해서 투표하고 있는데 지금 이 경선을 예선, 준준결승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한 후보는 “이거 끝난 다음에 한덕수 총리랑 하고, 그다음에는 이낙연 전 총리랑 하는 것이냐. 그런 식의 정치공학적인 얘기를 미리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다”며 “제가 승리한 이후에 어떤 정치세력이든 누구와도 힘을 합칠 것이다. 제가 적극적으로, 저를 중심으로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단일화 논의와 관련해 당내 일부 의원들을 겨냥한 발언도 이어졌다. 그는 “이 경선을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언행은 하지 않아야 한다”며 “지금 목표가 대선 승리가 아니라 기득권 유지에 있다고 보이는 분들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같은 날 그는 페이스북에 ‘지금 국민의힘은 한동훈이 후보가 되면 지선, 총선 공천을 못 받는다는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한 신문 칼럼을 공유하며 당내 기득권 세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한 후보는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새로운미래 이낙연 상임고문을 포함한 구 민주당 세력이 ‘당명 변경’을 대선 연대 조건으로 제시했다는 보도에 대해 “국민의힘 당원들의 자존심을 팔아넘기고 당명까지 바꾸려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경악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명은 당원이 결정해야 하며, 문재인 정권 인사들에게 휘둘려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지도부 차원에서 당명 변경을 검토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후보와 지도부 간 불신은 커지는 모습이다.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김문수 캠프 역시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였다. 김재원 미디어총괄본부장은 지난달 30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행 출마 이후 김 후보 지지율의 상당 부분이 겹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나친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김 후보가 선출되면 법적 지위가 보장된다. 무소속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가 될 가능성은 현재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미리 백가쟁명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단일화를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민주적 절차에 의해 경선을 진행 중인 당원을 모욕하는 일”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1~2일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병행해 3일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이번 경선은 단순한 후보 경쟁을 넘어, 향후 보수 진영의 세력 재편과 주도권 구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특히 한 후보가 본선 후보로 선출될 경우, 당 지도부가 추진 중인 단일화 구상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후보가 지도부를 향해 연이어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어, 이후 단일화 방식과 시기를 놓고 정면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후보가 본선에 진출할 경우에도,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한 대행과의 관계 설정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