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새책] 컴퍼트 우먼 外
∎컴퍼트 우먼
김옥선 할머니가 별세하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국내 생존자는 단 6명만 남게 됐다. 책은 대를 이어 지속된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유려한 문장으로 길어 올린 장편소설이다. 1997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서구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노라 옥자 켈러 지음/김지은·전유진 옮김/산처럼/352쪽/1만 8800원.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
지구 멸망을 일주일 앞둔 상황이라면 태연히 사과나무를 심을 수 있을까. D-7, D-6… D-Day. 소설은 인류를 절체절명의 순간 앞에 두고 하루하루 셈하며 독자를 압박한다. 그런데 주인공 지민은 이를 가뿐하게 배반하며 경쾌한 리듬의 일상을 이어간다. 작전본부나 구원자가 나타난 것도 아니다. 이 기세는 도대체 뭘까. 박대겸 지음/민음사/240쪽/1만 5000원.
∎정의론
마이클 샌델의 초대형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가 한때 우리나라에 정의론 논쟁을 촉발했다. 샌델의 저서는 존 롤스의 <정의론>이 제기한 핵심 논쟁거리에 대한 부연 설명과 비판서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존 롤스가 불러일으킨 근현대 윤리학과 정치철학에 대한 서구 학계의 비판을 소개하고 정당한지도 따져본다. 김유찬 지음/에코리브르/240쪽/1만 7000원.
∎걷는 이의 축복 코리아둘레길
걷기 열풍이다. 어딜 가나 ‘OOO길’이라는 안내문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엔 코리아둘레길도 완성됐다. 부산 오륙도에서 출발해 남파랑길, 서해랑길, DMZ평화의길, 해파랑길까지 한반도를 둘러싸는 4520km 길이의 세계 최장 트레킹 코스이다. 이 길을 완보한 저자가 경기둘레길과 DMZ평화의길 구석구석을 누빈 여행 인문서. 이화규 지음/나무발전소/356쪽/2만 2000원.
∎자기조직화 개론
의사이자 시인인 저자의 세 번째 시집. ‘자기조직화 개론’ 연작 15편을 통해 생명, 사랑, 우주, 관계, 시간, 고통, 자아가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를 조직하는가’ 묻는다. 의학과 철학, 불교적 세계관을 넘나들며 기존 서정시의 틀을 흔들기도 한다. 자연과학 지식을 인문학적 안목으로 재발견하거나 해석한 작품 44편이 실렸다. 이규열 지음/솔/116쪽/1만 4000원.
∎부서지며 간다
현직 경찰서장의 에세이집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로 주목받았던 저자가 5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작품집. 생일에 느낀 소회와 다짐, 주말부부의 삶,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등 소소한 개인사부터 사건과 사고, 갈등의 가운데서 고뇌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숙명, 세월에 대한 성찰까지 차곡차곡 쟁인 사유가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소진기 지음/산지니/288쪽/2만 2000원.
∎나무들의 비밀스러운 생활
나무도 이웃과 영양분을 나누고 외부 공격을 주위에 알리는 등 경이로울 정도의 소통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한 원작자의 베스트셀러(국내엔 ‘나무수업’으로 출간)를 그래픽 노블로 재탄생시킨 책. 생동감 있는 일러스트와 숲 전문가 남수창 박사의 보충 설명이 각주로 더해졌다. 페터 볼레벤 원작/벤자민 플라오 그림/유정민 옮김/더숲/242쪽/2만 9000원.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