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서 돈 없어 스타트업 못 한다는 말 안 나오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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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마중물 '미래성장 펀드' 결성 지연
모펀드 비율 조정 등 실질적 대책 필요

지난해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 결성식 모습.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지난해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 결성식 모습.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좋은 아이디어는 있는데, 시작할 돈이 없다.” 여전히 지역 창업 현장에서 들리는 이 말은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다. 지역 청년과 기술 창업자, 혁신가들이 마주한 현실적 장벽이다. 지난해 출범한 3000억 원 규모의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는 이런 갈증을 해소하겠다며 부산시가 야심 차게 조성한 자금이다. 시는 중소벤처기업부, 산업은행, 부산은행 등과 함께 지역 스타트업의 ‘성장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며 이 펀드를 출범시켰고 전국 최대 규모의 비수도권 모펀드라는 점에서 기대도 컸다. 창업 초기 자금난을 겪는 지역 스타트업들에 실질적인 지원이 되길 바랐다. 그러나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에 꼭 필요한 자금줄이 막혀버릴 처지에 놓였다.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가 투자를 이끌 주체를 찾지 못해 주춤하고 있다. 수도권 리그 운용사 5곳 중 3곳이 펀드 결성에 실패하면서 부산시는 시한을 이달 21일까지 연장한 상황이다. 자칫하면 펀드 구조 자체를 손봐야 할 수도 있다. 벤처펀드가 제때 가동되지 않으면 자금 지원이 늦어지고 이는 스타트업 투자 유치와 성장까지 가로막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민간 출자자 확보가 어려워 펀드 결성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수도권 리그는 민간 부담 비율이 높고 규모도 커 자금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결국 핵심은 자금이다. 이대로라면 돈이 없어 창업을 못 한다는 말이 다시 지역에서 나올 판이다.

그렇다고 낙담할 상황은 아니다. 부산은 이미 수요 측면에선 강력한 신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은 2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 ‘기회를 기다리는 스타트업이 많다’는 분명한 메시지다. 네이버클라우드, SK C&C, 롯데건설, 파나시아 등 대기업과 중견 기업들이 지역 스타트업과 협업해 기술 개발, 실증,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처럼 수요 기반의 협업 생태계는 이미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정작 공급 측면인 자금 조달이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이 흐름을 안정적으로 떠받쳐 줄 자금의 뒷받침이다.

창업 생태계는 자금, 수요, 정책이 균형 있게 작동해야 한다. 수요는 충분하고 정책적 여건도 마련돼 있다. 문제는 자금이다. 지금이야말로 부산시는 민간 자금 유치를 이끌 인센티브와 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 단순히 결성 실패를 운용사 책임으로 돌릴 게 아니라, 모펀드 비율 조정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은 도시 혁신의 동력이며, 부산이 글로벌 금융 허브로 성장하기 위한 밑바탕은 창업 생태계의 활력이다. 지금 부산은 국제금융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벤처와 핀테크 중심지를 꿈꾸는 도시가 정작 스타트업 하나 제대로 키우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모순이다. 부산에선 자금 때문에 창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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