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전 시민 20만 원’ 다룰 임시회 ‘D-2’…여론전 점입가경
시의회, 23일 원포인트 임시회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조례 심의
시민·상인단체 ‘반대 국힘’ 압박
국힘 “정치적 도발, 공약 철회”
변광용 경남 거제시장이 공언한 전 시민 20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을 둘러싼 여론전이 점입가경이다.
변광용 경남 거제시장이 공언한 전 시민 20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을 둘러싼 여론전이 점입가경이다.
법적 근거가 될 관련 조례 심의·의결을 위한 원포인트 임시회가 목전에 닿은 가운데, 시민·상인단체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발끈한 국민의힘은 “일부 지지 세력을 동원해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정치적 도발”이라며 “공약을 철회하라”고 맞받았다.
거제시외식업지부는 21일 거제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민생회복지원금은 지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거제 시민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통 큰 결단으로 관련 조례안을 조속히 승인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3000여 회원 모두가 시의회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면서 “만약 조례안 통과가 늦어지거나 계속 반대한다면 더 큰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조례안 가결을 촉구했다.
거제경실련은 지난달에도 성명을 통해 “정치적 이해관계로 미뤄질 수 없는 절박한 사안”이라며 신속한 집행을 요구했었다.
이번에도 “지원금 조례안은 코로나19와 조선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어온 지역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정책수단”이라며 “단기적 소비 진작을 넘어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선순환을 유도할 실효성이 확인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공공소비 승수효과를 1.5로 분석하고 있다.
경남연구원도 지역화폐 92.3%가 지역 내 소비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때문에 470억 원 규모 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700억 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유발해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경실련 설명이다.
경실련은 “지금은 말이 아닌 실천의 시간이다. 시의회는 조례안을 통과시켜 시민과 상공인의 절박한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거제시도 투명하고 책임 있는 집행으로 지역 경제 회복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제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21일 오전 10시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광용 시장은 얄팍한 정치적 출구 전략을 즉각 중단하고 민생회복지원금 공약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제공
계속된 여론의 맹공에 국민의힘도 발끈했다.
외식업지부 집회 직후 반박 기자회견을 자청 국민의힘 의원 8명은 “시민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는 사업을 충분한 효과 분석이나 공감대 형성 없이 강행하면서 지역 사회 갈등은 증폭되고 거제시 재정 운영의 신뢰성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시민 대의 기관인 의회와 협의는 뒷전이고 여론을 조장해 압박 수단으로 삼고 자신의 공약이 마치 절대선인 양 포장해 의결권을 무력화하려는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변광용 시장은 얄팍한 정치적 출구 전략을 즉각 중단하고 공약을 전면 철회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책임 있는 태도”라며 “사안이 장기화해 지역 내 갈등이 더 심화할 경우,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변 시장 본인이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생회복지원금은 변광용 시장의 지난 4·2 재선거 제1호 공약이다. 거제시민 모두에게 인당 20만 원을 지급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는 게 핵심이다.
지급 대상은 23만여 명, 소요 예산은 470억 원 상당이다. 지원금은 자금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관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거제사랑상품권이나 선불카드로 지급한다.
재원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한다. 이 기금은 안정적인 지방 재정 운용과 대규모 재난, 지역 경제 악화 등 긴급한 상황에 사용하려 적립해 둔 일종의 ‘비상금’으로 현재 585억 원가량 남았다.
국비 지원이나 지방채 발행 없이도 재정건정성을 유지하며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거제시 설명이다.
거제시는 이달 중 조례 제정을 마무리하고 7월 추경에 사업비를 편성해 여름 휴가철 전에 지급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달 ‘민생회복지원금 지원 조례안’ 입법예고에 이어 지난 8일 시의회에 원포인트 임시회 소집을 요구했다.
지방자치법 제45조 2항에 따라 민생현안 등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지자체장은 지방의회 집회를 요구할 수 있다.
소집 요구가 있으면 의장은 15일 이내에 집회를 공고하고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
부산일보DB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 유권자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침, 6월 1일부터 정례회가 열리는 만큼 이때 처리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변 시장이 속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책 필요성과 실효성 그리고 시급성을 강조하며 최대한 빨리 임시회를 열어 처리해야 한다고 맞섰다.
갑론을박하던 양 측은 법정 기한인 오는 23일 임시회를 여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안건이 상정돼도 통과를 장담할 순 없다. 현재 시의회는 국민의힘 8명, 민주당 7명, 무소속 1명이다. 공약 발표 당시부터 ‘노골적인 매표 행위’라며 날을 세워 온 국민의힘 측은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건은 소관 상임위인 경제관광위원회 심의 후 찬성이나 반대 또는 심사 보류 결정을 내리게 된다. 찬성으로 가결돼야 본회의에 부쳐진다. 경제관광위는 민주당 4명, 국민의힘 3명, 무소속 1명이다.
무소속은 민주당 출신 김두호 부의장인데, 탈당과 후반기 의장단 선거 과정에 민주당과 앙금이 남았다. 김 부의장이 반대표를 던지면 ‘4 대 4’ 가부동수가 된다. 이 경우 지방자치법 제56조에 따라 부결된 것으로 본다.
다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부결된 의안도 본회의에 부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의사일정 변경’ 동의가 필요하다. 과반을 차지한 국민의힘이 반대하면 안건으로 상정될 수 없는 구조다.
상임위 문턱을 넘어도 본회의 표결 시 다시 가부동수가 나올 공산이 크다. 설령 조례가 제정돼도 ‘추경 심사’라는 산을 또 넘어야 한다.
민주당은 임시회 하루 전인 22일 조례 통과를 촉구하는 긴급 호소 기자회견을 연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