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물 건너간 단일화...본선 3자 구도 확실시
사전투표 하루 전 단일화 논의 ‘공회전’
국민의힘, 다자 구도로 선거 전략 수정
개혁신당, 양자 대결서 ‘실버 크로스’ 기대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점심시간 산책을 나온 직장인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보수 진영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간 후보 단일화 논의는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8일까지도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이번 대선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3자 대결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사실상 ‘단일화 무산’을 전제로 선거 전략을 수정했다.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이날까지 단일화 논의가 진전을 보이지 않아서다. 국민의힘은 ‘김문수 자강론’과 ‘이준석 사표론’을 앞세워 보수 지지층 결집에 나섰고, 개혁신당은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언급하며 이준석 후보의 완주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와의 단일화와 관련해) 협상하고 접촉하는 것으로 해결하는 국면은 이미 지났다”고 밝혔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준석 후보의 기자회견 등을 보면 단일화는 사실상 어려운 게 아닌가”라고 밝힌 뒤 “이준석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도 사표 방지의 심리가 발동할 것이기 때문에, 막상 투표장에 가시면 ‘반(反)이재명’을 위해서는 김문수를 선택해야 한다는 투표 정서가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진영은 사표(死票) 심리를 자극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준석을 찍으면 이재명이 된다’는 이른바 ‘이찍명’ 구호를 통해 이준석 지지층 일부를 흡수하려는 시도다. 또 김 후보의 청렴성과 공직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며, 다른 후보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부각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개혁신당은 여전히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며 김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SBS 라디오 등에 출연해 ‘단일화는 물 건너간 것인가’라는 질문에 “애초에 의도도 없었고 논의가 오간 것도 아니다"며 “단일화를 고려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쪽(국민의힘)에서 무슨 행동을 하는지 별로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되자, 더불어민주당은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앞서 이 후보 캠프는 “이준석은 결국 내란 세력과 결합하게 될 것”이라며 보수 단일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지만, 최근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보수 결집을 물으셨는데 단일화에 대해서는 국민의힘도 선을 그었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준석 후보에게 구애를 펼치던 국민의힘이 이제는 이준석 후보에게 가는 표는 사표라며 몰아붙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단일화를 향한 문을 완전히 닫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50, 김문수 40, 이준석 10’ 구도가 현실화될 경우, 단일화 실패의 파장이 고스란히 보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문수 후보 비서실장인 김재원 전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설사 오늘 자정이 되어도, 또 내일 아침 사전투표 시작 때까지도 밤새 극적 타협이 있을 수 있다”며 “김문수 후보는 대통령 후보직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다 내주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도 부산과 경남 등 보수 핵심 지역을 돌며 표심을 다졌다.
개혁신당은 최근 지지율 상승세 흐름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철근 사무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에서) 동률을 기록했다”며 “국민은 이미 전략적 선택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동훈 선대위 공보단장은 “곧 이준석이 양자 대결에서 김문수를 밟고 올라서는 여론조사 결과, 이른바 ‘실버 크로스’가 나올 것”이라며 “김문수 후보님이 오늘 중으로 사퇴하는 결단만 내려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