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읍이 없인 못 살아”… 김형찬 강서구청장 ‘벌금 80만 원’
부산지법 서부지원, 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
김도읍 의원 홍보 발언·노래로 재판 넘겨져
벌금 100만 원 미만으로 직위상실형은 면해
부산지법 서부지원에서 5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은 김형찬 부산 강서구청장. 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국회의원 치적을 홍보하는 노래를 불러 기소된 김형찬 부산 강서구청장에게 1심 법원이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 원 미만 선고가 내려져 같은 형이 확정되면 김 구청장은 직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김주관 부장판사)는 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형찬 강서구청장에게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다.
김 구청장은 2023년 12월 21일 부산 강서구 녹산주민문화회관에서 열린 청년 행사에서 ‘그대 없이는 못 살아’ 노래를 개사해 불러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김 구청장은 제22대 총선에 나서려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을 언급하며 “도읍이를 사랑해”나 “도읍이 없이는 못 살아”로 가사를 바꿔 노래를 불렀다.
같은 해 9월 26일에는 부산 강서구 한 그라운드 골프 대회에서 제22대 총선 예비후보가 되려던 김 의원이 예산을 확보한 업적을 홍보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김 구청장 노래와 발언 등이 김 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서구청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야 하는 의무를 저버렸다”며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미치는 행위를 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청년 행사 노래에 대해 “강서구청장 명찰을 달고 행사에 참석했으며 구청장은 다른 공무원보다 구민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며 “사적인 느낌의 자리였다고 해도 강서구민이 많았던 만큼 발언을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고 했다. 골프 대회 발언은 “강서구가 아닌 김도읍 개인을 지칭하며 국회의원으로서 성과 내용을 홍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 사실 관계를 인정하고, 아무런 처벌 전력이 없다”며 “현장에 있던 상당수가 선거 범위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골프 대회 발언은) 선거에 임박하지 않았고, 강서구 행사에 참석한 김 의원에게 감사 표시를 한 과정이라는 경위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며 “(청년 행사 노래는) 비교적 가벼운 분위기의 노래자랑 행사에서 노골적으로 김 의원 업적을 언급하거나 지지를 호소하진 않았던 점 등은 참작할 만한 사정”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구청장은 “판결 결과를 존중한다”며 항소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출직 공직자는 타인 선거와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직위를 상실한다. 1심에서 벌금 80만 원을 받은 김 구청장은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직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김 구청장은 “구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로서 언행에 각별히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