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역 오고가는 관광객들에 ‘빵지순례’ 필수 코스” 이나겸 태성당 대표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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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도나스와 단팥빵 등 인기
70년 전통 규슈 제과제빵 기술 배워
마을기업·지역조합과 협업도 활발
올해 ‘부산관광스타기업’에도 뽑혀

태성당 이나겸 대표가 부산의 느낌이 듬뿍 담긴 제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태성당 이나겸 대표가 부산의 느낌이 듬뿍 담긴 제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부산을 떠나기가 괜히 아쉽다. 외지인이나 관광객이 기념품 가게를 찾을 때 심정이 대략 이렇지 싶다. 부산역사에 붙은 ‘부산별빛샌드’ ‘국제시장 도나스’ ‘국제시장 단팥빵’ 간판들은 이들에게 부산의 느낌이 듬뿍 담긴 브랜드로 다가간다. 바로 부산 초량동의 토박이 빵집 태성당 이나겸 대표가 개발한 브랜드들이다.

태성당 본점은 부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미 ‘빵지순례’(빵+성지순례) 필수 코스로 소문이 나 있다. 이곳은 캐리어까지 끌고 방문하는 타 지역 손님이 적지 않다. 태성당은 국내 최초로 243겹의 페이스트리 파이만주를 개발한 곳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부산 동래구 사직동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 생활도 열심히 했다. 캐나다로 대학을 진학한 뒤 어렵게 의대에 합격했다. 이 대표는 “원래 한 번 하면 뭐든 끝까지 하는 성격”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캐나다에서 의료인으로 살아갈 계획이었지만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혈액암 판정을 받아 더 이상 의사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의료인의 꿈을 내려놓는 건 쉽지 않았지만 회복하면서 삶을 다시 돌아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때 고향 부산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이 대표는 “원래 사람을 돌보는 일이 꿈이었는데 빵과 커피를 통해 사람들 마음을 살피고 위로해 볼 수 있지 않을까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술이 필요했다. 이 대표는 70년 전통의 일본 규슈 제과제빵 기술을 배웠다. 내공을 쌓아가며 부산의 명물을 만들겠다고 마음을 먹은 그는 태성당의 스테디셀러인 파이만주, 꿀꺽도나스 등을 부산 장인들과 함께 만들었고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영도구 특산물인 조내기 고구마를 알리고 싶었던 이 대표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조내기 고구마 마을기업을 무작정 찾아가 “조내기 고구마와 협업을 하고 싶다”고 뜻을 전했다. 마을기업 측은 처음엔 이상하게 여기는 듯 했지만 이 대표 실력을 보고는 기꺼이 협업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영도 봉산마을 블루베리 마을농장과도 협업을 이어갔다. 최근에는 기장군의 특산품인 봉한꿀을 활용한 부산별빛샌드도 판매 중이다. 단순히 제품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조합이 운영하는 카페에 제빵 기술자와 마케팅 인력을 투입해 기술도 알려준다. 마을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카페 운영 노하우는 덤이다.

이 대표의 ‘부산 사랑’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0년에는 부산역사 내에 ‘국제시장 단팥빵’을 내놨고, 다음 해에는 ‘국제시장 도나스’를 출시했다. 이미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태성당 대신 새로운 브랜드를 붙였다. 이 대표는 “간판과 인테리어를 바꾸는 비용도 적지 않았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국제시장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보고 부산역에서 국제시장을 상기시킬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마음을 알아서인지 국제시장 상인회장이 찾아와 명함을 주며 고맙다고 한 적도 있단다.

태성당은 올해 부산디자인진흥원의 ‘도시브랜드샵 협력기업’ ‘부산관광스타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역의 특징을 살린 제품들을 알리기 위해 태성당의 빵들을 플랫폼처럼 활용하고 싶다”며 “태성당도 알리고 지역도 함께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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