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대통령과 수영장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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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청와대 경내(境內) 수영장에서 건강 관리를 했다.

DJ는 야당 정치인 때 납치, 가택연금, 사형선고, 투옥, 망명 등 온갖 고초를 겪어 건강이 좋지 않았다. 다리가 불편해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던 모습이 트레이드 마크였다. 1997년 대선 때는 여론에 못 이겨 건강진단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DJ는 1924년생으로 당시 만 73세였다. 요즘 같으면 ‘70대 청춘’이라고 되받아쳤겠지만 그 때는 사정이 달랐다.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건강 이슈는 잦아들지 않았고, 실제 재임 중 두 번이나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했다. 그 때마다 청와대는 DJ가 수영장에서 운동을 할 정도로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팔순 앞둔 노인이 수영을 할 수 있느냐”는 비아냥이 나왔고, 청와대는 “수영장에서 재활 치료를 겸한 걷기 운동을 한다”고 재해명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때는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 수영장에서 경호관에게 1년 넘게 수영 강습을 받았다고 해서 구설에 휘말렸다. 20대 여성 경호관이 집권 초인 2018년부터 매주 1~2회 수영을 가르쳤다고 야당과 언론이 공세를 펼쳤고, 이 때문에 김 여사는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됐다.

검찰 조사에서 해당 경호원은 “김 여사로부터 강습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경호처 관계자는 “수영을 가르치는 것도 경호 대상이 스스로를 지키는 능력을 키우도록 돕는 경호 활동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3월 김 여사를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해 수영장과 관련한 시비는 없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서울 한남동 관저를 찾은 여당 의원들이 관저 안에 ‘개 수영장’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깊이 50∼100㎝, 길이 5∼6m 규모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키우던 반려견들이 수영하기 딱 좋더라는 것이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 측은 “외빈 방문 때 야외 행사 시 조경용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만든 수경 시설”이라고 반박했다. 수경 시설과 나란히 대리석이 넓게 깔려있는데, 외빈들과 식사를 하거나 차담을 나눌 수 있는 테이블을 설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뭐가 진실인지는 곧 밝혀지겠지만 난데없는 ‘개 수영장’ 논란을 보니 정권교체가 실감난다.

박석호 기자 psh21@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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