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기만전술
기만전술은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 거짓 정보를 흘리거나 상황을 조작하는 전략이다. 중국의 고대 병법서 〈손자병법〉의 ‘시계편’에서는 전쟁의 본질을 ‘속임수’라 정의했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트로이 목마 이야기는 이러한 기만의 전형을 보여준다. 아카이아 연합군은 10년간의 포위에도 불구하고 트로이 성을 정복하지 못하자 오디세우스는 대담한 계략을 세운다. 거대한 나무 말 속에 병사들을 숨기고 군대를 철수하는 척하며 트로이인들을 속였다. 트로이인들은 이를 전리품으로 여겨 성 안으로 들였고 밤이 깊어지자 숨어 있던 병사들이 성문을 열어 트로이를 무너뜨렸다. 전쟁사에서 1967년 6월의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은 특히 인상적이다. 이 전쟁은 이스라엘과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간에 벌어졌다. 전쟁 하루 전, 이스라엘은 군인들이 휴가를 떠나는 듯한 사진을 세계 언론에 배포했고, 당일 아침에는 평화적인 발표문을 내 전쟁 조짐을 감췄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폭기들이 레이더를 피해 낮게 비행하며 지중해를 우회, 이집트 공군기지를 기습했다.
기만전술은 전쟁터에 국한되지 않는다. 놀랍게도 유엔(UN)은 ‘그린워싱(Greenwashing)’조차 기만전술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그린워싱은 실제로는 환경을 해치면서도 친환경적인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로 기업이 자원의 사용이나 운영 방식을 애매하게 설명하거나 ‘친환경’이라는 수사를 남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유엔은 이러한 행위를 소비자를 속이고 기후 대응을 저해하는 심각한 장애물로 여긴다.
최근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이틀을 앞두고, 이란의 핵 시설과 군사 시설을 기습적으로 공습했다. 외신들은 이번 공습이 이스라엘의 치밀한 기만전술에 근거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국제사회는 15일로 예정된 미국과 이란 간의 6차 핵 협상 전까지 이스라엘이 군사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또한 이스라엘 정부는 네타냐후 총리의 주말 휴가 계획을 의도적으로 공개하며 연막작전을 펼쳤다. 이처럼 기만전술은 단순한 속임수를 넘어 전황을 뒤바꾸는 결정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때로는 전쟁 양상을 바꾸며 평화의 시간을 유예시킨다. 그러나 속임수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신뢰라는 기초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속임수와 기만이 얽히고 설킨 이 세계에서, 어쩌면 투명함이야말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요소일지도 모른다. 진실이 드러나는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