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해공항 오착륙 철저한 진상 규명 참사 불씨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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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여객기, 허가받지 않은 활주로 진입
항공 통제·착륙 유도 체계 보완 서둘러야

김해 돗대산에서 바라본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항공기가 착륙하고 있다. 부산일보DB 김해 돗대산에서 바라본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항공기가 착륙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대만 국적 항공기가 허가받지 않은 활주로에 오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출발한 중화항공 여객기는 지난 12일 오후 7시 19분 김해국제공항 ‘18L(Left·좌측)’ 활주로로 착륙했다. 이 여객기는 ‘18R(Right·우측)’ 활주로로 착륙을 허가받았지만, 조종사가 착륙을 허가받지 않은 바로 옆 18L 활주로에 진입한 것이다. 당시 18L 활주로에는 진에어 소속 여객기가 이륙을 위해 진입하던 중이었다. 공군 관제사가 중화항공 비행기 착륙 방향이 허가된 활주로와 다르다는 점을 인지한 뒤, 진에어 항공기 진입을 긴급히 중단시켜 추돌을 막을 수 있었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김해국제공항에서는 지난 3월에도 진에어 항공기가 18R 활주로에 허가를 받고 18L 활주로로 오착륙했다고 한다. 3개월 만에 같은 상황이 발생한 만큼, 김해국제공항 항공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활주로 오인이나 오착륙은 항공기 간 추돌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여러 항공기가 동시에 진입하는 활주로 특성상 지정되지 않은 활주로에 착륙·진입하면 관제 시스템에 혼선을 주고, 관제 개입이 늦으면 항공기 추돌 등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는 이번 사고를 ‘항공 준사고’로 분류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원인 파악과 진상 규명에 총력을 다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김해국제공항은 착륙이 까다로운 공항으로 꼽혀 국토교통부가 ‘특수공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활주로 끝에 돗대산이 있어 착륙 준비 거리가 아주 짧은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돗대산을 피해 북에서 남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조종석이 기울어질 때 왼쪽 활주로인 18L만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형에 익숙하지 못한 외국 국적 항공기 조종사가 착륙 시 착각하거나 까다롭게 느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김해국제공항은 민간 여객기와 군 항공기가 함께 이용하는 공항이다. 지형적 특수성으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 동남권 이용객들은 늘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가덕신공항 건설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했다.

국내에서의 잇단 항공 사고는 국민 생명을 위협하고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지난해 말 17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지난 1월 28일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의 충격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김해공항 활주로 오착륙은 ‘비행 포비아’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항공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항 안전 시스템을 치밀하게 점검하고, 항공 통제와 착륙 유도 체계를 보완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이번 오착륙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어디서 터질지 모를 대형 참사의 불씨를 없애야 한다. 항공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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